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영어 학습 프로그램인 잉글리시 존(English Zone)이 운영 방식과 실효성에 관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성적 취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시점엔 자리 부족으로 수업권 거래까지 발생하고 있다. △잉글리시 존의 현황과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잉글리시 존의 현황과 문제점
글캠에선 학생들에게 캠퍼스 내에서 영어만을 사용하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잉글리시 존을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에선 원어민 교수와 함께 △뉴스(News) 시청△보드게임(Board Game)△영어 회화 등의 활동을 통해 영어 실력을 향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강 시간을 활용해서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Program)이지만 교양 필수 과목인 △대학영어△신입생 세미나△College English에 포함되는 일부 과목의 경우 잉글리시 존 참여가 성적 평가에 반영되며 학점 취득을 위해 한 학기에 최대 4회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외대학보가 지난 24일~27일까지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 잉글리시 존을 자발적으로 이용하는 학생은 없었으며 대다수가 단지 수업 요건의 충족을 위해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잉글리시 존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란 질문에 ‘신입생 세미나 과목의 필수 참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와 ‘대학영어 과목의 성적을 위해’란 답변이 89.5%를 차지했고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란 응답은 10.5%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이진환 글캠 외국어교육센터 책임연구교수(이하 이 교수)는 “영어 실력의 향상이란 잉글리시 존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성적을 위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 많단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의무를 없애면 과거처럼 참여율이 저조해지는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시간에 잉글리시 존에 참여할 수 없었단 의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일부 과목의 성적 반영 마감 기간이 가까워질수록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인해 참여 기회가 제한된다. 이에 따라 우리학교 익명 게시판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선 수업 참여권을 사고파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또한 잉글리시 존이 진행되는 시간이 수업과 겹쳐 참여가 어려웠단 의견도 있었다. 현재 잉글리시 존은 정해진 시간대에 특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2025년 1학기 기준 화요일 11시~13시엔 보드게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금요일 11시~13시엔 TED 시청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등 프리토킹(Free Talking) 시간과는 별도로 특성화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해당 시간에 이미 수업이 있는 학생들의 경우 동시간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A씨는 “11시에서 3시까지 수업이 있는 날엔 프로그램 선택지 자체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잉글리시 존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외대학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수업 외엔 잉글리시 존을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에서 ‘프로그램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63.5%를 차지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프리토킹 수업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이 없단 점을 문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B씨는 “주제가 정해진 보드 게임과 TED 시청 프로그램과 달리 프리토킹 시간엔 정해진 교육과정이 없어 같은 주제가 반복되는 일도 있다 ”며 “교수님에 따라 수업 수준도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학생들이 꾸준히 출석하는 수업이 아니라 무작위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에 부득이하게 일부 내용이 중복될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먼저 학기 말과 같이 수요가 몰리는 특정 시점에 잉글리시 존 정원을 추가로 증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1학기엔 추가 증원을 통해 수요가 급증한 문제를 해소한 전례가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학기 후반으로 갈수록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단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기 후반부에 한시적으로 정원을 경우에 따라선 20명까지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관련 문제 해소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고려중이다”며 “다만 현재의 상황을 이유로 일부 학생들이 수업 참여권을 거래하는 행위가 적발될 시 징계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잉글리시 존 프로그램의 교육과정을 강화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구체적으론 신입생 영어 진단 평가 결과를 활용해 △초급△중급△고급으로 세분화된 그룹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개별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잉글리시 존이 진행되는 시간이 수업과 겹쳐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려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매주 또는 매월 특정 주제를 정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제별 모듈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주 차엔 뉴스 청취△2주 차엔 보드게임 활용△3주 차엔 TED 강연 감상 후 의견 나누기 등으로 프로그램을 순환 배치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 분기를 설정하거나 필수로 잉글리시 존에 참여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참여 기간을 지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년까지 운영된 우리학교의 코딩존은 컴퓨팅사고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학기를 총 4분기로 나누어 각 분기에 최소 1회 이상 참여하도록 운영됐다. 잉글리시 존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참여 기간을 분산하면 특정 시기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보다 균형 잡힌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잉글리시 존은 학생들의 자율적인 영어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만큼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잉글리시 존이 단순한 점수 취득의 공간이 아닌 학생들이 영어 실력을 효과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윤고은 기자 10go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