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연 (글로벌스포츠기자는 농구 전문 콘텐츠(Contents)를 다루는 기자이자 크리에이터(Creator)다. ‘루키 더 바스켓(Rookie The Basket)’에서 취재 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현재 △유튜브(Youtube) 채널 ‘농구대학’△KBS N 스포츠 ‘아이러브 바스켓볼(I Love Basketball)’△스포츠조선 ‘이류농구’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농구의 매력을 전달하고 있다. 취재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두루 경험하며 농구 콘텐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우리학교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박찬호와 박지성을 보며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새벽에 열린 박지성 선수의 경기를 보고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 선생님께 혼난 적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한심한 듯 “졸업하면 박지성이 너 밥 먹여 줄 것 같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번쩍 들었던 생각이 “맞네 박지성이 밥 먹여주는 일을 하면 되겠구나”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관련 학과를 찾아봤고 가장 적합한 학과가 바로 우리 과였어요. 그때부터 저의 목표는 쭉 우리학교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였습니다.
Q2. 우리학교 재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고등학생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여전히 스포츠 경기를 보느라 밤을 새우고 수업 시간엔 졸았어요.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 있어요. 대학생이 처음으로 토익(TOEIC) 시험을 보러 갔는데 전날 박지성이 리버풀(Liverpool)과 라이벌전에서 극적인 골을 넣는 바람에 또 밤을 새웠습니다. 결국 제 생애 첫 토익 점수는 250점이었어요.
Q2-1. 재학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스포츠 이벤트(Event)’란 학과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시험도 과제도 없이 조를 나누고 그 조원들끼리 한 학기 동안 스포츠 이벤트 하나를 개최하는 특별한 수업이에요. △대회 장소△대회 인원△예산까지 전부 제로 시드(Zero Seed)에서 시작하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죠. 처음엔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하고 막막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까 되더라고요. △대학생 e스포츠 대회△외국인 축구 대회△직장인 농구 대회 등 정말 다양한 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렸고 그 과정을 통해 ‘JUST DO IT’을 배웠죠.
Q3. 농구 전문 기자의 꿈을 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엔 야구 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야구를 가장 좋아했고 그다음은 축구였거든요. 농구는 해본 적도 없고 아는 농구 선수라곤 허재와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 밖에 모르던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농구 전문지에 있던 지인에게서 제안을 받았어요. ‘농구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기자가 되면 언젠가 야구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하고 호기롭게 시작했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화 ‘슬램덩크(Slam Dunk)’ 보면서 농구를 공부했으니 실수도 혼나는 일도 많았죠. 그런데 이상하게 점점 농구에 빠져들게 됐고 어느 순간 야구나 축구 생각은 전혀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평생 농구장에 있다가 은퇴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만큼 농구는 매력적인 종목이에요.
Q4. 기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기자를 하면서 농구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기자님에게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제가 유튜브에 올린 ‘한국 농구선수들의 백보드 자유투’ 영상을 보고 이를 뉴욕 타임스의 기사로 다루고 싶단 취재 요청이었습니다. 기자인 제가 또 다른 기자에게 취재 요청을 받은 적이 무척 특별했고 제가 만든 콘텐츠가 뉴욕 타임스를 통해 해외로 다시 소개된단 사실이 참 신기하고 감격스러웠어요. 처음엔 스팸 메일(Spam Mail)인 줄 알고 읽지도 않고 삭제하려고 했었는데 말이죠.
Q5. 농구전문기자로서 겪는 고충이 궁금합니다.
스포츠 기자는 일반 직장인들과는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달라요. 직장인들이 퇴근할 시간에 저희는 출근하고 직장인들이 쉬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저희는 무조건 출근을 하거든요. 지금은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이 리듬(Rhythm)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에너지 소모도 상당해요. 수만 명이 환호하는 경기장에서 취재하다 보면 저도 마치 선수처럼 긴장되고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죠. 노트북을 덮고 퇴근할 땐 온몸에 진이 빠질 정도예요. 그런데 그 긴장감과 몰입감이 또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지금은 그마저도 참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Q5-1. 반대로 농구전문기자란 직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매일 새로운 경기가 열리고 새로운 선수들을 만나 예측 불가능한 승부를 가장 가까이서 취재할 수 있으니까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기자증을 목에 걸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설렘이 찾아옵니다.
Q6. 취재나 보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터뷰야말로 기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저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준 만큼 누구나 던질 수 있는 뻔한 질문은 되도록 피하려고 합니다. 저 역시 스포츠 기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스포츠 팬(Fan)이기 때문에 늘 고민합니다. ‘내가 팬이라면 지금 이 선수에게 무엇이 가장 궁금할까?’ 혹은 ‘이 선수는 지금 인터뷰를 통해 어떤 얘기를 가장 꺼내고 싶어 할까?’를 고민하면서 질문지를 준비합니다.
Q7. 최근 한국 농구의 가장 큰 변화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최근 한국 농구뿐만 아니라 야구나 축구 등 전반적인 스포츠 종목들이 팬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어요. 경기력과 별개로 관중 수는 매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 열기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현상으로 바꾸는 것이라 그리고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기 위해선 결국 리그(League)와 선수들이 경기력이나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8. 기자 활동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바라본 한국 농구의 미디어 환경은 어떤가요?
지금 시기는 미디어의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전통 미디어에서 이제는 유튜브나 SNS 같은 뉴미디어(New Media)로 중심축이 넘어가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창작자가 리드를 하고 팬들이 따라오는 구조였다면 이젠 팬들이 먼저 리드하고 창작자가 그 흐름을 읽고 따라가야 하는 시대라고 느낍니다.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수요를 얼마나 잘 읽고 따라가느냐가 중요하거든요. 미디어는 더 이상 일방적인 전달자가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동반자가 됐다고 생각해요.
Q8-1. 한국 농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발달하면서 앞으로 기자석의 자리도 점점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100자리의 기자석이 있다면 그중 50자리는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오히려 가장 앞줄에 있는 10자리에 앉을 수 있는 기자의 가치는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스포츠에는 결국 AI가 캐치할 수 없는 영역이 있어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휴머니즘(Humanism)이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잘 포착해서 전달하는 미디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Q9.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가 궁금합니다.
△배구△야구△축구에 비하면 농구는 지금 분명 비인기 종목이에요. 과거 농구대잔치 시절의 황금기 이후로 오랜 기간 고전하고 있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만큼 미디어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땀 흘리며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저 역시 미디어의 한 사람으로서 그 노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한국 농구가 다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날을 만들고 싶어요. 제 직업의식이자 사명감입니다.
Q10. 스포츠 기자를 지망하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최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스포츠 기자를 꿈꾸는 분들도 정말 많아졌어요. 실제로 저보다 농구를 훨씬 잘 알고 더 전문가 같은 학생분들도 많거든요. 하지만 저는 기자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내가 이만큼 알아!’하면서 어려운 내용을 사람들한테 기사로 뽐내는 것보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쓰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결국 핵심은 ‘글쓰기’ 능력이고요. 그래서 스포츠 기자를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내가 이 분야를 ‘얼마나 잘 아느냐’보다 그 전에 먼저 내가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느냐’를 먼저 점검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강예원 기자 08ye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