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제도 도입, 우리나라 사법 체계에 가져올 변화는

등록일 2026년05월13일 18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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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개정 및 동조 제3항이 신설됨에 따라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이른바 재판소원이 시행됐다. 이로써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는 30일 이내에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현재 제도 시행을 두고 △사건 적체의 심화 우려△실질적인 기본권 보장 기여에 대한 기대△충분한 사전 준비 부족 등의 의견이 나오며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본 법률의 △구체적 내용 및 의의△추가적인 논의 지점△향후 예상되는 문제의 보완 방향성에 대해 전학선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재판소원의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헌법소원이 청구되면 헌재는 심판청구에 대해 본안 판단을 하기 전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적법 요건의 구비 여부를 심사합니다. 지정 재판부에서 사건이 적법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헌재는 본안 심리를 거쳐 종국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재판소원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와 사법부에 대한 헌법적 통제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Q2.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며 우리나라 사법 체계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재판소원 제도의 핵심 내용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재판소원 제도의 핵심입니다.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재에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공권력의 행사에는 입법권의 행사인 법률과 행정부의 행정 작용 역시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 법원의 재판까지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해당 제도는 기본권 보장이라는 현대 민주주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재판이 헌법이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때 재판소원을 통해 한 번 더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3.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의 본질은 4심제가 아닌 헌법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일반적인 4심제와 재판소원의 차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재판소원 도입으로 3심제인 지금의 심급제도가 흔들리고 사실상 4심제가 된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하지만 심급은 같은 법원 내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을 의미하기에 다른 기관으로 사건이 넘어간다면 이는 심급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교원이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을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행정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교원 소청 심사위원회△1심 재판△2심 재판△3심 재판 총 4번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교원 소청 심사위원회와 법원은 별개의 기관이기 때문에 이를 4심제라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법원과 별개의 기관인 헌재의 판단을 4심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 있다고 봅니다.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재판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재판△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헌재의 결정에 귀속 여부에 반하는 재판 등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이런 부분은 일반 법원의 규제가 닿기 힘든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재판소원 제도가 필요합니다.

 

Q4. 재판소원 제도 도입이 사법권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강화하고 법원 역시 헌법을 보다 엄격히 준수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재판소원이 도입됨으로써 개별 재판부가 더욱더 재판 과정에서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고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사실 헌재와 법원이 대립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 이유는 헌법재판제도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헌법 재판은 약 100년 전 처음 등장했고 실제로 활성화가 이루어진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입니다. 이에 비해 일반 법원은 더욱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때문에 전통 있는 법원의 재판을 신생 기관인 헌재가 취소한다는 것이 법원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금까지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재판 역시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결국 입법을 통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 대상에 포함하게 된 것입니다.  

 

Q5.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사건 증가에 따른 심리 기일* 장기화나 재판 지연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예상되는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일 큰 부작용으로는 ‘소의 남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재판이 확정된 당사자가 “헌재도 한번 가보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헌재에 청구되는 재판소원 사건이 급증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중 대다수는 지정 재판부에서 각하되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제도 도입 초창기인 만큼 급격한 사건 수 증가는 재판소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청구 건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심리 기일 장기화와 관련해서는 헌재가 헌법 연구관과 같은 연구 인력을 확대함으로써 사건 처리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데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사법권의 독립성은 재판이 시작되고 끝나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관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판소원 제도는 확정된 재판에 한해서만 다시 한번 헌재가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입니다.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헌재가 전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사법권의 독립과 재판소원을 연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

 

Q5-1. 해당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노력으론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제도적 노력에 앞서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에서 패소했다고 무조건 헌재에 가서 다시 판단을 받아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와 더불어 재판소원 도입으로 헌재의 사건 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심리 기간을 단축해 운영해 나갈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나타난다면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 노력도 수반돼야 할 것입니다.

 

Q6. 재판소원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제도가 갖는 차별화된 특징이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재판소원 제도가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독일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실 현재까지 도입된 우리나라의 재판소원 제도는 독일의 재판소원 제도와 큰 차이점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독일은 △법제△사법 구조△연방헌법재판소의 구성과 권한 등이 매우 다른 만큼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면서 한국형 재판소원의 모습을 갖춰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Q7. 마지막으로 재판소원 도입에 대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지난 1988년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할 당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 규정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고 결국 여러 찬반 논란 끝에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물론 제도 도입 초창기에는 예기치 못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잘된 일이고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제도 도입에 따라 수반되는 여러 문제점을 잘 해결하며 재판소원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면 좋겠습니다.

 

*심리 기일: 법원이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 지정한 날로 사건 자료를 검토하고 증거와 진술 등을 청취하는 등 심리 준비 및 진행을 위한 절차가 이뤄지는 날

 

 

강승주 기자 12seungju@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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