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의 청춘을 돌보나... 가족돌봄청년 제도의 현주소와 과제

등록일 2026년05월13일 17시4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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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청년이란 정신 및 신체 질병 등을 가진 가족을 돌보는 9세 이상 34세 이하의 청소년과 청년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가족을 부양하면서 생계를 병행해야 하므로 비슷한 연령대에 비해 학업과 취업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가족돌봄청년이 소득이나 근로 능력 중심의 기존 복지 체계에서 충분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며 지난 3월부터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본 기사를 통해 △가족돌봄청년 문제의 현주소△가족돌봄청년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가족돌봄청년 문제의 현주소

통계청이 지난 2024년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파악한 가족돌봄청년 추정치는 지난 2020년 기준 약 15만 3,000명으로 이는 13~34세 청년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3%는 질병이나 장애 가족 등이 있는 경우만 계산한 최소치”라며 “정부에선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을 집행해 가장 보수적인 숫자를 추정치로 잡기 때문에 실제 수치로는 청년의 4~5% 정도가 가족돌봄 부담을 안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가족돌봄청년은 학업과 취업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돌봄청년들은 학교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라며 “이들이 사회적 안전망 밖에서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청년기로 진입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보소통광장에서 발표한 시정 정보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가족돌봄청년들은 가족을 돌보는 데 하루 평균 4.8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의 가족돌봄 기간은 평균 6.72년에 달했다. 지난해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가족돌봄청년의 실태와 미충족 의료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대학 진학률도 비교적 낮았다. 교육 수준이 고등학교 이하인 비율이 30.49%였고 대학교 재학 혹은 자퇴라는 응답은 19.51%였다.  

 

또한 가족돌봄청년들은 경제적 빈곤과 심리적 불안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시정 정보 보도자료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이 가족을 돌보는 과정에서 겪는 주요한 고충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90.8%로 집계됐다. 일례로 서울시 다큐멘터리 채널 ‘서울녹서’에서 가족돌봄청년 A 씨는 “가정의 유일한 소득자로서 대학생의 신분을 유지하기에 소득이 변변치 않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앞서 언급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에 따르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가족돌봄청년은 △13~18세(97.1%)△19~24세(55.8%)△25~34세(36.2%)로 집계됐다. 이러한 생활의 어려움과 더불어 문제의 심각성은 정신건강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의 우울감 유병률은 61.5%로 일반 청년(8.5%)의 7배를 넘어섰다. 삶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일반 청년의 2배에 달했으며 미래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36.7%였다.

 

 

◆가족돌봄청년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원인

먼저 가족돌봄청년 파악에서의 어려움이 있다. 당사자가 스스로 지원 정책의 대상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신청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지난 2024년 ‘광주광역시 가족돌봄청년의 돌봄과 지원 경험 연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 B 씨는 “애초에 가족을 돕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창한 호칭을 붙여놓은 것 같아 ‘가족돌봄청년’이라는 단어를 듣고 신기했다”라며 “설명을 듣다 보니 모두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24년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그간 전통적 방식인 저소득 가구 지원체계를 통해 지원해 왔으나 근로 능력이 있는 청년이 가구에 속해있을 경우 저소득 지원체계로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또한 노인과 중증장애인 중심의 돌봄 정책으로 청년 돌봄자가 배제됐다는 점도 문제다. 김홍찬 서울시 복지정책과 과장은 “전통적인 사회복지는 △가족 복지△아동 복지△어르신 복지△장애인 복지로 정확한 분류가 나뉘어 있는 편이었다”라며 “반면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소년과 청년은 상대적으로 적절하게 분류될 수 있는 복지 서비스를 찾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일례로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주최한 간담회 ‘네모 밖의 대화’에서는 17년간 가족을 간병한 가족돌봄청년 C 씨가 “어린 나이에 누군가를 돌보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 돌봄 상황이 너무나도 황폐했다”라며 “병원과 방문 간호사 및 요양보호사 등 서로 정보가 연결되지 않아 그 단절은 결국 보호자인 청년이 메꿔야 한다”라고 가족돌봄청년의 고충에 대해 토로했다. 지난 3월 시행된 통합돌봄지원법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거주지에서 △돌봄△요양△의료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으나 적용 대상은 주로 65세 이상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었다. 이 때문에 65세 이하 암 환자 부모를 간병하거나 정신질환을 앓는 형제를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은 통합돌봄에서 소외되며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지자체마다 상이한 지원 대상자 기준의 문제가 있다. 지난 2023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3곳(9.5%)만이 가족돌봄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례가 있는 곳조차 나이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같은 상황의 청년이라도 거주지에 따라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가족돌봄청년 지원 나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13~34세로 권고했으나 △9~24세 적용(6곳)△9~34세 적용(5곳)△9~39세 적용(4곳)△19~34세 적용(2곳) 등 적용 나이가 다양했으며 기준이 부재한 곳도 있었다. 명칭 또한 지자체마다 △가족돌봄청년△가족돌봄청소년△가족돌봄아동·청소년△가족돌봄청소년·청년 등으로 명확한 기준 없이 다양하게 정의했다. 이에 대해 베이베뉴스에서 채희옥 초록우산 옹호기획팀장은 일관성 없는 정의와 지원체계는 당사자 스스로 본인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정책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 D 씨는 가족돌봄청년 선별 기준이 불확실해 행정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가족돌봄청년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에이블 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제 학계에서 가족돌봄청년 정책 대응 수준이 최저 단계로 분류될 정도로 제도적 지원이 미비한 상황이다. 특히 청소년기 가족돌봄청년은 가족돌봄으로 인해 △또래 관계 단절△진로 제한△학업 중단 등의 사회적 및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자신의 상황을 학교나 지역사회에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숨겨진 집단’으로 사회 뒷면에 가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돌봄청년에 대해 집중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대상자 파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은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대상자에게 비대면 지원을 제공한다. 일본은 센다이(仙台)시를 거점으로 한 돌봄 및 지원 상담창구 ‘소요기(そよぎ)’를 통해 가족돌봄청년처럼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상담과 긴급 지원을 결합한 모델을 실시했다. 상담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아바타 방식으로 진행하며 지원금은 중간 절차를 최소화해 스마트폰으로 바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상됐다. 한편 영국은 ‘아동 및 가족법’에 따라 지방정부가 지역 내 가족돌봄청년의 현황을 파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는 ‘청소년 돌봄자 욕구조사’를 통해 가족돌봄청년에게 필요한 서비스 수요를 파악하며 영국 정부는 민간단체와 협력해 교육기관이 가족돌봄청년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교육부△더 칠드런스 소사이어티(The Children’s Society)△보건부△케어러즈 트러스트(Carers Trust)는 교내 보건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돌봄청년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가족돌봄청년 지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역시 위 국가의 사례들을 참고해 봄 직하다.  

 

또한 가족돌봄청년의 상황을 고려한 서비스가 더 강화돼야 한다. 예컨대 아일랜드는 온라인 플랫폼과 긴급 상담 전화 운영을 통해 가족돌봄청년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회원으로 등록하면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보 및 지원 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돌봄청년의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 영 케어러 그룹(Young Carer Groups)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돌봄청년 간의 소통과 연대의 창구를 마련해 유익한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간 지지와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중증 장애 가정의 영 케어러 지원 연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경제적△심리적△정서적으로 관심을 두고 지지할 수 있는 중장기적 사례 관리 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족돌봄청년은 △개별 거주 환경△돌보고 있는 가족 구성원의 장애 종류와 중증도△생애주기 환경에 따른 다양하고 개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해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제도적 지원 차원의 첫발을 뗐다. 아직 보완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가족돌봄청년이 법률 안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변화이다. 앞으로 정부의 지원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지자체 간 지원 기준에 대한 정비가 이루어져 가족돌봄청년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송주원 기자 11juw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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