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연(서양어·프랑스어 90) 현대로템 레일솔루션 본부장(이하 조 본부장)은 우리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서유럽지역연구 전공 과정을 마친 뒤 지난 2008년 현대로템에 입사해 현재 레일솔루션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남다른 수주 역량을 입증해 온 조 본부장은 시드니 NIF(New Intercity Fleet)* 2층 전동차 사업과 퀸즐랜드 QTMP(Queensland Train Manufacturing Program)** 사업 등 총 1,000량 규모의 계약을 끌어내며 현대로템을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레일을 통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조일연 본부장을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입학 당시 외국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컸습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라는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매력을 느껴 프랑스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단순히 언어 자체보다는 그 언어를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Q2. 우리학교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으며 대학시절 활동 중 현재 업무에 가장 도움이 된 활동은 무엇인가요?
재학 시절 저는 관심이 생긴 분야는 끝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학생이었습니다. 프랑스에 대한 호기심을 책상 앞에서만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 직접 파리로 건너가 현지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경험이 현재 제 업무에 가장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습니다. 언어의 경우 강의실에서 배우는 정적인 글자와 실제 삶의 터전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동적인 표현이 완전히 다릅니다. 파리 현지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문화적 충격들은 훗날 현대로템에서 프랑스 엔지니어들과 기술적인 협업을 진행할 때 단순한 통역을 넘어 그들의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핵심 역량으로 작용했습니다.
Q3. 현대로템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프랑스 대사관 경제상무관실에서 근무하던 중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인력을 구하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아 지인 중 한 명을 추천하려다 ‘내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지원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Q3-1. 현대로템 레일솔루션 사업본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대로템의 철도사업은 약 40개국을 상대로 현재까지 52,000량이 넘는 물량을 납품해 오고 있습니다. 대표 사업인 모로코 사업과 호주 사업의 경우 오는 2030년 개최될 FIFA 월드컵과 2032년 브리즈번 하계 올림픽과 같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와도 궤(軌)를 같이 합니다***. 철도차량 사업은 기본적으로 B2G 비즈니스 즉 정부 또는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고객 국가마다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표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맞춤형으로 열차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공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당 과정에서 기술뿐 아니라 △계약△의사소통△협상 역량이 요구됩니다.
Q4. 철도 산업이 자동차 및 항공과 같은 다른 모빌리티 산업과 비교했을 때 갖는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철도는 자동차나 항공과 비교했을 때 공공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모빌리티 산업입니다. 대량 수송이 가능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돼 있어 국가의 동맥 역할을 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자 인프라 사업이라는 성격을 띠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한 다른 산업군에 비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Q5. 모로코와 호주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신 비결이 궁금합니다.
결국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핵심은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관계 형성△상대 국가의 문화△의사결정 방식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히 언어에 능통한 것뿐만 아니라 그 나라를 잘 이해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입니다.
Q5-1.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상대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진행했던 △고객 설득△신뢰 쌓기△지속적인 교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모로코 측에 한국의 전동차를 제안했을 당시 모로코 측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전동차 시스템을 주로 사용해 왔던 모로코는 한국 철도 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수년간 꾸준히 모로코를 오가며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신뢰를 쌓는 데 집중했습니다. 한국 철도 기술이 가진 독보적인 장점과 효율성을 그들의 언어와 논리로 끈질기게 어필하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결국 이러한 진심 어린 소통이 통했고 역대 최대 수주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Q6. 다양한 국가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신 요소는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논리적인 의사소통 능력입니다. 회사 생활은 결국 말을 통해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표현력이 사업의 성패를 가릅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반드시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합니다. 상대방의 문화적 배경을 알지 못한 채 내뱉는 논리는 자칫 오만함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상대를 설득하기보다는 반감을 사기 쉽기 때문입니다. 논리라는 뼈대에 문화적 이해라는 살을 붙일 때 비로소 상대를 움직이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이 완성됩니다.
Q7. 이공계 중심의 산업 현장에서 언어 전공자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기술 전공자들에 비해 인문학 전공자들이 더 강점을 가지는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엔지니어들은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언어 전공자는 고객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데 있어 더 유연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통 능력과 더불어 △계약△무역△재무 등 다른 분야의 지식을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Q8.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먼저 언어를 최상위의 수준까지 끌어올리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언어에만 머무르지 말고 다른 전문성을 반드시 함께 갖추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직접 부딪쳐보는 경험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언어를 통해 얼마나 넓은 세상을 이해하느냐가 여러분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NIF(New Intercity Fleet):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가 시드니와 그 주변 도시들을 연결하기 위해 추진한 신형 2층 전동차 도입 사업.
**QTMP(Queensland Train Manufacturing Program):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가 브리즈번 지역의 철도 수요 증가와 다가올 2032년 브리즈번 하계 올림픽에 대비해 추진한 대규모 전동차 제작 프로젝트.
***궤(軌)를 같이하다:△방향△생각△행동이 서로 비슷하거나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란히 가다.
이서영 기자 12seoyo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