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생각이 너무 많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고 나 역시 그런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피곤한 성격으로 인해 별것 아닌 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감정이 쌓이면 몸으로 드러나 열병을 앓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내 예민함을 고쳐야 할 결함으로 여기며 스스로를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던 이 예민한 감각이 점차 내면뿐만 아니라 외부로 향하기 시작하며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의 이면을 짚어내는 데 남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됐고 이는 자연스레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다. 주변 일들이나 뉴스 속 사건들을 접할 때,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레 정의와 공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안타깝다는 감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작게나마 그들을 위한 일을 할 때면 내 존재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은 진로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공감의 영역은 시간이 지나며 국내를 넘어 국제 사회로 확장됐다. 세계 곳곳에 만연한 구조적 차별을 마주하며 비록 세계의 모든 불평등을 해결하는 거창한 일을 할 수는 없더라도 내가 닿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국제사회의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고 싶다는 생각에 프랑스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됐다. 프랑스어는 단순히 프랑스 한 국가의 언어가 아니라 프랑코포니(Francophonie)에 속해있는 여러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의 상흔이나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국제 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난 국가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를 아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언어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사회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외곽의 다양한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게 됐다. 그리고 이 목소리를 가장 효과적이고 진정성 있게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바로 기사라는 확신을 얻게 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나는 프랑스어를 활용하는 수많은 직업 중에서도 프랑스 외신기자를 꿈꾸게 됐다. 독서 수업에서 쓴 서평을 공유하며 친구들이 글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는 모습을 보았고 영어신문 동아리 활동 중 내 기사에 대해 토론하는 친구들을 보며 글이 사람들의 생각을 연결하고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글에 나의 가치관을 담아 △우리나라△프랑스△프랑코포니 국가들의 소식을 생생히 전달하며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외신 기자가 되고자 다짐했다.
이러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내 예민한 성격은 앞으로도 나를 종종 괴롭게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예민함이 나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이며 세상을 받아들이는 나만의 방식임을 인정할 것이다. 남들보다 쉽게 상처받고 더 많이 흔들릴 수 있겠지만 동시에 그 흔들림 덕분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깊이 생각할 수 있음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단단해지되 예민함을 잃지 않고 강직하되 나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며 그 과정에서 발견한 의미들을 나만의 언어로 기록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