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여전한 청년 노동권 사각지대...대안은?

등록일 2026년03월04일 19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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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과 근로기준법 개정 등 청년 노동권 개선을 위한 제도적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임금 체불과 주휴수당 미지급이 반복되고 휴게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는 아르바이트 및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고스란히 청년층의 실질 소득 감소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청년 노동권 침해와 관련해 △청년 노동권의 현주소△열악한 청년 노동권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청년 노동권 현주소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은 매년 평균 3.44% 상승해 왔다. 올해 최저임금 역시 지난해에 비해 2.9% 올라 10,320원이 됐다. 그러나 상승하는 최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노동권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드리워져 있다.  

 

청년유니온의 지난 2022년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율은 22.5%였고 주휴수당 미지급률은 71.7%에 달했다. 이러한 노동권 침해는 지역과 업종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해당 조사에서 수도권의 경우 최저임금 위반 비율이 17.5%였던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24.3%로 비수도권이 수도권에 비해 높은 수치의 최저임금 위반이 일어났다. 특히 대구와 경상북도 지역의 최저임금 위반율은 39.8%로 수도권의 최저임금 위반 비율인 17.5%의 두 배를 상회했고 업종별로는 편의점에서의 최저임금 위반율이 49.2%로 가장 높았다.  

 

아르바이트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는 최저임금이나 주휴 수당 같은 법정 임금 미준수 문제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휴게 시간 미보장 및 근로 시간 미준수로 인한 과로 역시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인 알바천국이 지난 2024년 진행한 알바 권익 관련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과정 중 고용주와 갈등을 경험한 아르바이트생들 중 31.1%가 △강제 근로△근무시간 위반△연장 근로 등을 고용주와의 갈등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24.5%는 갈등의 원인으로 임금 체불을 꼽기도 했다. 이는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임금 체불△주휴수당 미지급△최저임금 위반△휴게 시간 미보장 등의 노동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과로사 사건도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드러냈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해당 매장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 A 씨는 지난해 인천점 신규 매장 오픈 업무를 담당하며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고강도의 근무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성과에 따라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계약 범위를 넘어선 업무와 과도한 근무 일정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취약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열악한 청년 노동권의 원인

20대 아르바이트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 침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권리 인식 미비와 사적 친밀성이 바탕이 된 고용관계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학교 재학생 B 씨는 “아는 선생님 소개로 시작한 학원 아르바이트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정해진 기간 이후 임금을 받은 적이 있었다”라며 “스스로 큰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고 내가 을이라는 생각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우리학교 재학생 C 씨 역시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했지만 근로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지 몰랐기에 그냥 일했다”라고 답했다.

 

노동권 침해의 복잡한 구제 절차와 처벌 미비 또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우리학교 재학생 D 씨는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총 세 군데서 노동권 침해를 당했다”라며 “그중 한 가게의 경우 가게 매출이 안 나온단 이유로 매달 월급 지불을 미뤘다”라고 답했다. 이어 “임금 체불을 신고하게 되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학생의 신분이라 시간을 쓰는 게 어려웠고 신고 후 사장님과의 3자 대면 과정 역시 부담스러웠다”라고 답했다. 이어 “임금 체불이 여러 번 일어나 신고를 당해도 별다른 제재 없이 무탈하게 영업 중이라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현재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경우 근로감독관은 토요일 및 공휴일 제외하고 최대 25일을 조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그마저도 2차에 걸쳐 추가적인 연장이 가능하고 사용자가 지급을 거부할 경우 형사입건과 검찰 송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 노동권 침해와 관련해 일차적인 판단을 담당하고 진정을 위해서는 여러 증빙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노동권 침해라고 느꼈다고 해서 바로 진정을 제기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청년 노동권 침해는 △개개인의 권리 인식 부족과 사적 친밀성△장기간의 절차로 인한 신고 부담△처벌의 실효성 미흡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노동권 침해는 삶의 질과 실질 소득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힌다. 앞서 노동권 침해를 당했던 D 씨는 “지속적인 임금 체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라며 “상당한 시간을 임금 체불 문제에 소모해야 한다는 점과 임금 지급을 요구할 때마다 점장의 짜증을 감당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청년 노동권 침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먼저 노동권 침해의 구제 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제도상 청년들이 임금체불과 같은 노동권 침해가 일어났을 때 구제 절차로는 △민사소송△지방고용노동청 진정 제기△형사고소 등이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와 같은 법적 절차를 밟기엔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어 실질적으로는 지방고용노동청 진정 제기가 유일한 실질적 수단이다. 이에 △고용주에게 근로 시간 기록 의무화△진정 절차 간소화△청년 대상 법률 지원 강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유럽연합사법재판소(ECJ)는 지난 2019년 “근로 시간 기록 시스템이 없으면 근로 시간과 초과근무를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확인할 수 없다”라며 모든 회원국에 근로 시간 기록 시스템 구축을 명령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도 고용주에게 근로 시간 기록 시스템을 의무화할 경우 진정 과정에서 개별 근로자가 자신의 근무 시간을 증빙하기 위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징벌적 손해 배상 강화가 필요하다. 청년층의 노동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구제하는 절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청년층의 노동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고용주가 노동권을 침해했을 때 실질적인 불이익과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23일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인해 상습 및 고의적인 체불 임금 사용자에 대해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해졌다. 체불임금과 지연이자만을 받을 수 있었던 과거보다는 여건이 나아졌으나 여전히 그 요건이 △명백한 고의적 체불△체불액이 3개월분 통상임금 이상△1년간 3개월 이상 체불로 한정되어 있다. 청년 아르바이트 및 비정규직 노동의 특성상 3개월 체불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고 법적으로 명백한 고의성은 입증하기 어렵기에 요건 완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미국 뉴욕주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임금 절도 예방법(Wage Theft Prevention Act)을 통해 임금 체불을 범죄로 규정하고 체불 임금의 두 배 지급을 원칙으로 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권 교육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상당수의 청년들은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노동권 침해 구제 절차△주휴수당 및 휴게시간 보장 의무 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정의무교육에 노동권 교육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현재 대부분 학교는 장애인식교육 및 폭력예방교육을 법정의무교육으로 실시한다. 여기에 노동권 교육을 포함해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구제 절차△주휴수당 요건△휴게시간 기준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에서부터 철저하게 관련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초등 단계에서 모의 노사 교섭 활동을 실시하고 프랑스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단체교섭 관련 내용을 교육하는 등 노동 문제를 정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다루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제도적 미비 속에서는 청년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다. △실효성 있는 처벌△제도적 장치의 정비△체계적인 권리 교육을 통해 청년 노동권의 사각지대가 줄어든 미래를 희망해본다.

 

 

강승주 기자 12seungju@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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