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5학년의 시대

등록일 2026년06월10일 20시4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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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선 대학 5학년이라 불리는 졸업유예 혹은 추가학기생이 증가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외활동 참여△부전공 또는 이중전공 이수△인턴십△졸업 학점 충족△취업 준비 등 다양한 이유로 졸업을 미루거나 학교에 더 머무르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일부 학생들의 선택을 넘어 대학가 전반에서 확산하며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 기사를 통해 사회적 관점에서 △대학 5학년의 통계 현황△대학 5학년 급증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대학 5학년의 통계 현황

추가학기란 8학기 내에 졸업 요건을 채우지 못하거나 기타 사유로 정규학기를 초과해 등록하는 학기를 의미한다. 졸업유예는 추가 학기를 신청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자 교육부가 지난 2017년에 ‘학사학위 취득 유예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된 제도로 졸업 요건을 모두 채우더라도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학사학위 취득 유예생 추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졸업유예생의 수는 2만 769명으로 1만 7,597명이었던 전년 대비 3,000명가량 증가했다. 또한 대전일보에 따르면 충남대학교의 지난해 졸업유예 제도 신청자 수는 325명으로 242명이었던 전년 대비 32.1% 증가했으며 연도별 졸업유예자 수는 5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중앙대학교는 3년 연속 졸업 유예생이 증가해 지난해 835명이 학사학위 취득을 유예했으며 한밭대학교 역시 지난해 177명의 학생이 졸업을 유예해 전년 대비 13.5%가 증가했다.  

 

이렇듯 국내 대학들의 5학년 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대학 역시 졸업유예와 추가학기를 선택하는 학생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중전공과 부전공 이수 비율이 높고 해외 교류 프로그램 참여가 활발한 우리대학 특성상 졸업 시기를 조정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우리대학의 추가학기생은 지난 2022년 781명에서 5년간 꾸준히 증가해 이번 해 919명으로 17.7% 증가했다. 졸업 대기 생 역시 지난 2022년 2,566명에서 이번 해 2,792명으로 8.8% 증가했다. 이는 졸업유예와 추가학기로 발생하는 대학 5학년의 증가 현상이 단순히 일부 학생들의 늦은 졸업 문제로 바라보기 어려우며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대학 5학년 급증의 원인  

최근 대학 5학년의 학생 수가 급증한 원인은 사회적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가통계포털의 청년사회와 경제 실태 조사 중 졸업유예 이유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졸업유예 이유는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해’(42.5%)였다.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원인은 ‘졸업을 해도 취업이 안 될 것 같아서’(24.5%)였으며 이어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서’(16%)와 ‘경제적으로 학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11%)가 뒤를 이었다.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졸업유예의 이유를 취업과 진로에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얼어붙은 취업 시장으로 인해 취업이 어려워진 사회 초년생의 취업이 졸업유예와 추가학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첫 취업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지난 2021년 10.1개월에서 지난해 11.3개월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공개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신입사원보다 실무 경험을 갖춘 경력직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대학 재학생 A 씨는 외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업 준비를 위해 관련 공고를 확인했을 때 유사 경력 우대 혹은 지원 자격이 사회 초년생이 넘기 힘든 경우가 많다”라며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취업 조건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더더욱 신입이 진입하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이 이어지면서 청년층은 졸업 이후 곧바로 사회에 진입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은 졸업 이후 공백기를 감수하기보다 학생 신분을 유지하며 취업 준비를 이어가기 위해 졸업유예와 추가학기를 선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청년 취업난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취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펙 인플레이션 역시 대학 5학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우리대학 익명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선 ‘추가학기 고민 됩니다’는 제목으로 학점 때문에 추가학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취업 시장에선 △공모전△공무원 시험△대외활동 수상 경력△어학 성적△인턴 경험△자격증△전문직 시험△코딩 및 실무 역량 등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이에 졸업장과 학점 외에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학생들은 교내 활동을 넘어 추가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제한된 학기 안에 이를 모두 준비하기 어렵다고 느끼며 자연스레 졸업유예나 추가학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우리대학의 경우 보편화된 이중전공과 부전공이 추가학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청년층의 진로 불확실성 증가 역시 본 현상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직무의 등장△대학 전공의 다변화△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구조로 인해 전공과 무관한 직무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대학생들의 진로 고민 또한 길어지며 대학에서 전공 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와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대학 재학생 B 씨는 “대학생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마련돼있으며 전공과 맞지 않더라도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은 가치라는 생각을 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라며 “주변 학생들을 봐도 휴학이나 교환학생 등으로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즉 오늘날의 졸업유예와 추가학기는 단순히 취업난의 결과만이 아니라 충분한 탐색과 경험을 거쳐 진로를 결정하려는 청년 세대의 변화한 대학 생활 방식이 반영된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처럼 대학 5학년의 증가는 사회 초년생들이 겪은 취업의 어려움과 다양한 진로 경험에 대한 요구가 복합적으로 적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취업 준비 과정이 특정 시기에 과도하게 몰리지 않도록 저학년부터 실질적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학생 중심의 진로 교육과 다양한 진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초 교육 과정△실무 과목 확대△융합적인 교양 교육이 필요하다. 독일은 대학 교육과 사회 경험을 연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독일의 듀얼 스튜디움(Duales Studium)은 학생들이 대학 교육과 기업 현장을 병행하며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는 학생들이 재학 중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진로를 고민하며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데 의미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 실업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직업 훈련△AI 교육과 같은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청년들의 지속적인 취업 도전의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청년 보장제(Youth Guarantee)’ 정책을 통해 청년이 실업 상태에 놓일 경우 4개월 이내에 △도제훈련△인턴십△직업교육△취업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청년의 실업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정부가 책임지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절대적인 일자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 교육만으로 청년 실업률을 해결하긴 힘들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독려할 수 있는 정책으로 산업 전반을 활성화하고 산업 불균형을 해소해 일자리를 균형적으로 확산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5년 청소년고용촉진법을 제정해 청년응원 인정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는 청년 채용에 적극적이며 청년 이직률이 20% 이하일 때 사업장을 청년 응원 기업으로 선정하는 법안이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세부적인 정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대학 5학년 증가 현상은 취업난 속 경쟁 심화와 변화한 다양해진 대학 진로 속에서 청년 세대가 느끼는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회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청년들이 졸업을 미루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나연 기자 12naye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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