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최연소 특파원에서 중앙일보 대기자까지 고대훈 중앙일보 대기자를 만나다

등록일 2026년03월18일 15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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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훈(서양어·프랑스어 80) 대기자는 우리학교 불어불문학과 출신으로 지난 1988년 중앙일보 기자 공채를 통해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한 후 △파리특파원△사회부장△사회문화스포츠에디터△기획취재국장△수석논설위원 등 주요 보직을 거쳐 현재 중앙일보 대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중앙일보 유료 콘텐트인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도 심층 탐사보도를 연재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언론의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고대훈 대기자를 만나 보자.

 

 

Q1. 우리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입학 당시인 1980년의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정치와 경제 등 전체적으로 크게 낙후된 시절이었습니다. 소위 선진 서양 문명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낭만이 우리학교와 프랑스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랑스는 68혁명의 진원지였고 문화와 경제에서도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앞섰던 나라였기에 동경이 있었습니다.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불어를 공부했던 경험이 작용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Q2. 우리학교 재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1980년대는 시위의 시대였습니다. 1학년 1학기에는 휴교령으로 인해 캠퍼스에 발을 들이지도 못한 채 거리 시위에 종종 참여하고 세상을 한탄하는 보통 대학생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학생운동보다는 사회에 참여하면서 변혁을 추구하는 게 제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고 그 실현의 통로로서 기자를 선택했습니다.  

 

Q2-1. 재학 시절 기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군대 제대 후 복학하면서 기자의 꿈을 굳히며 언론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지금과 달리 당시 전국적 종합 일간지는 10개 남짓이었고 방송사도 지상파 3개가 고작이어서 바늘구멍과도 같았습니다. △시사 문제 공부하기△신문 읽기△좋은 오피니언 글을 베껴 쓰는 훈련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3. 중앙일보 입사 후 △파리특파원△사회부장△기획취재국장△수석논설위원 등 여러 보직을 맡으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보직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파리특파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회에서 전공을 살리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기자 생활 5년 차에 특파원으로 발령받았는데 언론사 최연소 특파원이라는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1인당 GDP가 5,000에서 10,000달러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중진국이라 불리던 1993년부터 1997년까지 3년 8개월 동안 파리에 체류했습니다. 유럽 전역을 무대로 취재를 담당했으며 아프리카로 3차례 출장을 가 △기아△내전△대통령 선거 등을 취재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신문기자의 특성상 혼자 돌아다녔기 때문에 무섭고 위험한 경험을 했지만 되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회사의 도움으로 세계를 유랑한 셈입니다.  

 

Q4. 오랜 기자 생활을 통해 느낀 기자라는 직업의 매력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기자가 악인들과 어울리는 부패한 인물로 곧잘 묘사됩니다. 기자가 이슬만 먹고 살지는 않지만 소위 메이저 언론사 소속 기자들은 스스로 부패와 비리를 경계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부패와 비리 등 타인의 그늘진 면을 조사하는 게 기자의 본능이자 존재 이유이니 더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기자의 매력은 직장인인 동시에 자유 직업인이란 사실입니다. 언론사는 일반 기업과는 문화가 많이 다릅니다. 젊은 기자들은 필요할 때만 회사에 가끔 들어가 사무실에 책상조차 없습니다. 밖에서 현장을 취재하라는 뜻입니다. 취재 활동에서는 개인의 재량이 아주 큽니다. 스스로 △주제와 방향을 잡고△취재원을 섭외하고△기사를 작성함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때 보람을 느낍니다.  

 

Q5. 38년간 기자로 재직하며 보도하신 많은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기자 생활 대부분을 사회부에서 권력형 비리와 같은 대형 사건을 다루며 보냈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터넷이나 SNS가 발달하지 않아 신문 1면에 낙종*하게 되면 다음날 신문이 나올 때까지 24시간 동안 밥이 목에 안 넘어갈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반드시 만회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2006년 5월 H그룹 1,000억원대 비자금 사건은 신문사들끼리 특종 경쟁을 하면서 대검 중수부 수사가 한 달가량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당시 A 회장과 그의 아들인 사장이 △동시에 구속되는가△한 명만 구속되는가△한 명이면 누구인가를 놓고 취재 경쟁이 뜨거웠습니다. 제가 ‘아버지 구속-아들 불구속’이란 제목으로 선수를 쳤고 결과적으로 맞았던 사건이 떠오릅니다.  

 

Q6. 이번 해 1월부터 중앙일보 대기자로 재직 중이십니다. 대기자와 일반 기자의 역할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중앙일보 60년 역사에 대기자는 10명이 채 안 됩니다. 극히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대단히 명예로운 직함입니다. 기자로서 오를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고의 자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은 일반 기자와 같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주요 언론사 중에서도 대기자를 두고 있는 곳은 한두 군데에 불과합니다. 극히 예외적인 보직입니다.  

 

Q7. 최근 뉴미디어의 발달로 기성 언론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성 언론의 필요성 및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대인들은 뉴스 홍수 속에 산다고 생각합니다. 음식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 먹어야 건강해지듯 뉴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좋은 뉴스를 선별하고 건강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언론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독자의 평가를 받는다면 기성 언론은 계속 살아남을 것입니다.  

 

Q8. 최근 유료 심층 콘텐트인 더중앙플러스를 연재하고 계십니다. 더중앙플러스는 기존 일반 기사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나요?

더중앙플러스는 획일화된 포털 중심의 뉴스 공급 방식을 탈피하려는 시도입니다. 전국 종합 언론사 중에서 유료화 시도는 중앙일보가 처음입니다. 올해 4주년을 맞은 더중앙플러스의 월 5,000원 내외의 유료 구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제△문화△스포츠△사회△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성 언론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소재와 콘텐트를 전함으로써 독자들이 커피 한 잔 값을 기꺼이 지출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유료 콘텐트 구입은 △스트리밍 음악△웹툰△잡지△OTT를 돈 주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합니다. Q8-1. 더중앙플러스와 같은 언론의 유료 심층 콘텐트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뉴욕타임스(NYT)의 유료 인터넷 독자 수는 약 1,221만 명입니다. 프랑스 르몽드(Le Monde) 등 유럽 언론 역시 유료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독 우리나라만 뉴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국내 대다수 언론은 뉴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상업광고를 끌어들여 수익을 맞춥니다. 포털 기사의 경우 클릭이 광고와 연동되다 보니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미끼 기사를 올려 낚시를 합니다. 이것이 광고가 뒤범벅된 뉴스가 자주 보이는 이유입니다. 뉴스는 돈 주고 보는 상품이라는 시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광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적 독립과 기사의 독립성이 가능해집니다.  

 

Q9. 언론인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열린 마음△악인들이 편히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근성△편견과 편향을 배척하는 정치적 올바름과 이를 토대로 취재하고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글솜씨를 겸비해야 합니다. 체력과 정신력 역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인 투 파이브(9 to 5) 생활을 원하신다면 기자의 꿈은 다시 신중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Q10. 마지막으로 언론인을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기자들끼리 “기자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고 농담조로 얘기합니다. 기자에겐 △도덕△의리△절개를 갖춘 선비 정신을 지녀야 합니다. 지난 38년 동안 기자라는 직업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기자의 삶 속에서 상당한 자유와 재량을 누렸기 때문입니다. 도전해 볼 만한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낙종: 특종을 놓쳤다는 뜻으로 기사에서는 타 언론이 보도한 특종을 놓쳤다는 의미

 

 

강승주 기자 12seungju@hufs.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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