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의 두 집 살림, 이원화캠퍼스 전환 정책의 현황

등록일 2025년09월03일 16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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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과 5월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 중앙운영위원회는 과거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소속 유사 중복학과 통폐합(이하 통폐합)에 따른 교원 및 학생의 설캠 수용에 관해 학교와 논의한 바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추진된 일련의 통폐합 추진의 목적은 분교였던 글캠이 실질적인 ‘이원화캠퍼스’가 되도록 하겠단 목표의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우리학교가 실질적인 이원화캠퍼스인지에 대한 학내외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렇다면 분교를 이원화캠퍼스로 품은 타 대학의 상황은 어떨까.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분캠에서 이원화가 된 학교들의 현황과 우리학교의 이원화 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분캠에서 이원화가 된 학교들

1970~80년 박정희 정부의 수도권인구분산정책과 대학의 정원 확대 요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서울 주요 대학은 경쟁적으로 분교를 수립했다. 그러나 2011년 6월, 이전까지 금지된 사립대학의 본분교 통합을 허용하는 ‘대학설립운영 규정’ 개정안이 입법된 후, 분교들의 인식 개선 및 본교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단국대학교(이하 단국대)△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성균관대학교(이하 성균관대)△홍익대학교(이하 홍익대) 등 여러 대학들은 다시 ‘이원화캠퍼스’란 이름으로 분교를 본교로 품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본교와 분교가 행정적으로는 ‘하나의 학교’가 됐지만,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아직 ‘서로 다른 학교’란 인식은 여전하다. 중앙대의 이원화캠퍼스인 다빈치캠퍼스(이하 다빈치캠)에 대한 인식을 커뮤니티 ‘대학백과’내에 검색해봤다. 지난해 9월 22일, 중앙대를 지원하고자 하는 했던 한 학생은 “안성캠(다빈치캠)의 인식은 어떤가요”란 글을 올렸다. 이에 한 중앙대 24학번 재학생은 “명목상 이원화, 사실상 분교다”란 답변을 남겼다. 타 학생들의 답변에도 같은 대학이란 인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지난해 중앙대 설캠을 졸업한 박재현 씨는 “같은 학교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중앙대 다빈치캠에 재학 중인 A 씨의 경우 “다빈치캠 학생으로서 서울캠퍼스를 같은 학교로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학교 행사도 따로 하다보니 사실상 분교 같은 느낌이다”고 밝혔다. 

 

홍익대의 경우 분교였던 세종캠퍼스(이하 세종캠)을 이원화캠퍼스로 전환했다. 하지만 학내 인식은 마찬가지로 ‘완전히 다른 학교’였다. 홍익대 세종캠 대학백과 페이지에 ‘인식’을 검색해본 결과 “설캠과 비슷한 취급을 원하는 건 안좋다”, “행정상 이원화는 맞으나 대우가 같은지는 모르겠다” 등의 답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홍익대 설캠에 위치한 사범대학에 재학 중인 B 씨는 “다른 학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이원화 정책

위와 같은 학생들의 인식 형성의 배경엔 완벽한 기능적 이원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이 지적된다. 즉, 학문적으로 유사한 영역에 있는 학과들이 양 캠퍼스(이하 양캠) 모두 혼재돼있어 분교에서 이원화가 된 캠퍼스가 ‘분교’인식을 지우고 있지 못하고 있단 것이다. 실제로 중앙대 다빈치캠의 경우 전반적으로 예체능 학과를 중심으로 구성돼있지만 공과대학의 일부 학과가 양캠에 나뉘어 존재하는 등 완벽히 기능이 양분돼있진 않았다. 홍익대 또한 양캠 모두에 공학 계열, 상경 계열, 미술 계열 학과가 혼재돼있었다.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경희대의 경우도 서울캠퍼스에는 순수 학문 위주의 학과를 국제캠퍼스에는 응용 관련 학과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현실은 이와 다소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경희대 입학처 홈페이지에 게시된 학과소개에 따르면 빅데이터응용학과나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와 같이 학과 명칭에서부터 응용 학문으로 분류되는 학과들조차 서울캠퍼스에 위치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에 대해 경희대 관계자는 “주로 그러한 기준으로 캠퍼스별 학과 설치가 이뤄져 있긴 하다”며 “그러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현재에도 완벽히 해당 기준에 따라 분류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양캠 간의 접점이 부족하단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유대감의 부족으로 인해 ‘하나의 캠퍼스’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어렵단 것이다. 위의 홍익대 재학생 C 씨는 “‘세종의 재발견’이라는 강의를 제외하면 세종캠과 함께 하는 강의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양캠 학생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의 제한은 결국 ‘하나의 학교’로서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C 씨는 “입학 후 함께 듣는 강의도 없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당 캠퍼스에 방문할 기회가 적어지는 등 공유하고 있는 요소가 거의 없다”며 “서로가 같은 학교라는 인식을 갖진 않는다”고 밝혔다. 위의 중앙대 재학생 B 씨 역시 “양 캠퍼스 간 별도의 교류 행사도 없을 뿐더러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도 없다보니 사실상 분교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리학교의 이원화의 현주소

우리학교의 이원화는 어떨까. 2013년 박철 당시 우리학교 총장은 우리학교의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대형 대학 인정에 따른 정부 지원금 확보△‘외대인’으로서의 인식 통합 계기 마련 등을 근거로 분교였던 글캠을 본교로 통합했다. 학교 행정직원인 D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본분교통합이 대세였던 시기에서 우리만 중소형대학 두 개로 남을 수 없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일부 학과명 변경 조치 및 통폐합의 대상이 되는 학과를 제외하곤 본분교 통합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원화 체제는 11주년을 맞았지만 아직 관련 정책의 이행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외대학보가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 진행한 설문 결과 응답자 중 94.7%는 “이원화캠퍼스 정책이 잘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설캠 아시아언어문화대학 소속 E 씨는 글캠을 같은 학교로 느끼냐는 질문에 “솔직히 다른 학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특정 캠퍼스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학내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답변한 응답자도 51.2%에 달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사례는 에타 내 혐오 표현이었다. 한 학생은 “에타 내에 올라오는 에타에 올라오는 여러 혐오 글들을 보면서 위축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례는 현실에서도 있었다. “학회나 동아리 면접 시 좋지 않게 바라보는 듯한 말투를 느꼈다”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학생은 “일부 교수진들이 글캠 학생들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차별 경험을 밝혔다. 이러한 경험을 겪은 것에 대해 글캠에 재학 중인 F 씨는 “모든 곳에서 글캠이란 수식언은 남들에게 밝히긴 부끄러운 단어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이 ‘완전한 이원화’는 아직 요원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학내외의 인식이었다. 위의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인 58.5%는 이원화가 안되는 요인 중 하나로 ‘서로 다른 학교라고 바라보는 학내외의 인식’을 꼽았다. 학외의 인식 또한 “완전히 같은 학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취직 사이트 캐치(Catch)에서 우리학교를 검색할 경우 ‘한국외국어대학교(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로 두 개의 선택지가 표시된다. 반면 경희대와 성균관대의 경우 일원화된 표기로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설문조사 응답자는 “학원 알바 면접 때 글캠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은 바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우리학교 이원화의 문제

이러한 인식의 원인으로 우선 캠퍼스 특성의 모호함이 지적됐다. 위의 설문조사에서 ‘잘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각 캠퍼스별 테마가 모호하다”, “설캠의 △경영△경제△국통과 글캠의 △국제금융△GBT 등 서로 유사한 학과가 존재한다” 등으로 답변했다. 실제로 이원화캠퍼스 정책의 성공 사례인 성균관대의 경우 서울 소재 캠퍼스는 ‘인문사회학’을 특성으로, 수원 소재 캠퍼스는 ‘자연과학공학’을 특성으로 캠퍼스를 분배 및 발전시켰다. 그러나 우리학교의 양캠은 그와 같은 학문적 특성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구체적으론 양캠 모두에 인문사회학을 다루는 학과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글캠에만 있었던 자연과학 및 공학 관련 학과가 양캠의 특성을 그나마 보여주던 요소였지만 AI 융합대학 소속 Language&AI 융합학부(이하 LAI)와 Social Science&AI 융합학부(이하 SAI)가 설캠에 설치되면서 그마저도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글캠에 재학 중인 G 씨는 “성균관대처럼 확실히 캠퍼스별 특성을 나눠줬으면 한다”며 “그러나 자꾸 유사한 학과가 양캠에 동시에 생기니 글캠에 대한 인식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 한 응답자 또한 “이런 문제 때문에 같은 대학의 두 캠퍼스가 아닌 별개의 두 종합대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조정처(이하 기조처)의 입장은 달랐다. 우선 기조처는 위의 주장에 대해 “자연과학 계통의 학과는 설캠엔 일체 없어야 한다거나 글캠엔 어문학 계통의 학과가 일체 없어야 한다는 주장들은 굉장히 융통성이 없는 방안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현재 글캠에 남아있는 국가전략언어대학과 경상대학에 속한 학과들은 ‘실용 융합 학문 중심’이란 글캠의 캠퍼스 특성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융합대학의 캠퍼스 배치에 대해서도 ‘공학과’를 설캠에 배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I 융합대학은 공학과의 성격보단 기존 학문에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성격이 더 크다”며 “그렇기에 언어와 사회과학을 주 융합 대상으로 하는 LAI와 SAI의 경우 설캠에 설치됐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상황에 대해선 “학생들이 그와 같이 느끼는 것엔 여전히 통폐합의 대상이 되는 언어학과 학생들이 많이 남아있어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며 “본분교 통합 당시에 비해 중복학과 통폐합 등 조치로 많이 개선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한 방향으로의 학제 개편도 논의가 안 이뤄졌던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글캠 내 경상 학문에 대한 수요와 캠퍼스 정원 문제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글캠 학생들은 투자 부족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특히 글캠 내 △공학관△도서관△자연과학관의 리모델링 지연 등을 설캠 도서관 재건축과 비교하며 글캠에 대한 투자가 없지 않느냐는 학생들의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위의 설문조사에서 이원화가 잘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시설 및 투자 수준의 격차’를 선택한 응답자의 비율은 23.8%에 달했다. 한 응답자는 서술형 답변으로 “너무 낙후되고 등한시되는 글로벌캠퍼스에 대한 투자가 위와 같은 인식을 만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신설 학과에 대한 투자 문제도 지적됐다. 위의 G 씨는 “학교가 도대체 글캠에 무엇을 투자했는지 궁금하다”며 “불안정한 신설 학과가 계속 생겨나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고 밝혔다. 안정된 학과가 다수 포진돼있는 설캠과 달리 글캠의 경우 불안정한 신설학과가 대다수고 이것이 글캠의 전반적인 이미지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것이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설캠의 신설학과는 △LD학부△LT학부△SAI△LAI 뿐이었으나 글캠의 경우 △융합인재학부△기후변화융합학부△투어리즘웰니스학부△AI데이터 융합학부△Financial&AI학부 등 다수의 신설학과가 존재했다. 지난 1099호에서 외대학보 취재 당시에도 이러한 신설학부들의 불안정한 체제 및 부족한 지원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에 대해 기조처는 다소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기조처는 “글캠의 낙후된 시설로 인해 학생들이 느끼는 생각들은 이해한다”며 “그러나 예산 편성 차원에서 설캠과 글캠에 균형 있게 투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설 문제와 관련해 “학교 재정 상황의 문제로 설캠과 글캠 가릴 것 없이 최근 대규모 증개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부연했다. 이어 “설캠과 글캠이란 이유만으로 투자를 차별적으로 진행하거나 하는 등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며 “우리는 설캠 학생과 글캠 학생 모두 같은 우리학교 학생으로 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학교는 캠퍼스 간 교차수강을 제한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도 글캠 일부 학생들에게서 불만의 목소리를 들을 수있었다. 이에 대해 설문 조사에 참여한 H 씨는 “대학 영어 등의 수업이 교차수강이 안되는 것부터 분교 취급 아니냐”고 밝혔다. 양캠의 학생들은 자신이 이중전공 혹은 부전공하고 있는 학과의 수업이 아닌 이상 다른 캠퍼스의 수업을 수강하지 못한다. 전공하고 있는 학과더라도 우리학교 국가리더전공을 비롯해 양캠 모두에서 수업이 개설되는 전공 학과가 있는 경우 동일 교과목이 개설되고 있다면 캠퍼스간 교차 수강을 막아두고 있다. 이에 대한 질의에 학사종합지원센터 담당자는 “양 캠퍼스에 동일하게 개설되는 일반융합전공 수업들의 경우 교차수강이 허용되면 특정 캠퍼스에 수요가 몰려 교육 운영의 형평성과 효율성이 저해 될 수 있다”며 “향후 운영 여건이나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캠퍼스 접근성 부족 문제도 있었다. 외대학보가 찾았던 경희대 국제캠이 위치한 기흥구는 개발이 상당히 진행돼있다. 그에 따라 10분 거리에 영통역이 있어 수도권 학생들의 통학에 편의성이 확보되어 있었다. 캠퍼스까지 닿는 광역버스도 7개의 노선이 존재했고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를 합쳐 10개의 노선이 존재한다. 실제 M5107 버스로 통학을 시도해본 결과 구 서울백병원에서 승차해 국캠 정문까지 50분 가량 소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승차장까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혼용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시간 50분이면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글캠이 위치한 모현읍은 아직 개발이 진행중이기에 캠퍼스까지의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 기조처 또한 ‘글캠의 물리적 접근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설캠에서 글캠까지 자차를 통해 이동했을 때 비첨두시 기준 50분 내외로 닿을 수 있었으나 대중교통을 활용했을 땐 마찬가지로 비첨두시 기준 약 2시간 50분이 소요됐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주요 거점을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존재하지만 일 5회만 운행하는 실정이며 그마저도 글캠 내 마지막 출발 시간은 18시 20분이었다. 7시에 수업이 끝나는 학생들의 경우 해당 셔틀 자체를 이용할 수 조차 없는 것이다. 캠퍼스간 셔틀 버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글캠에 재학 중인 I 씨는 “위치와 교통이 불편해서 글캠에 대한 인식에 분명한 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의 설캠 재학생 E 씨도 “접근성이 낮아 시골에 소재한 학교 같다”며 “가기도 어려워 더욱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낮은 접근성은 더더욱 글캠의 인식을 설캠과 ‘다른 학교’로 인식토록 한다.

 

학교 홈페이지와 입시 요강 등 대외적으로 비춰지는 안내에 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학교 홈페이지의 학과 나열이 캠퍼스별로 구분돼있다는 것과 입시 요강에서 캠퍼스별로 학과가 소개돼있다는 점이 두 캠퍼스가 마치 다른 학교인 것처럼 외부인에게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정보지원처는 전략홍보팀을 통해 “별도의 이유와 의도를 가지고 그와 같이 나열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입결

일련의 원인들은 양캠을 서로 다른 학교로 인식하는 학내외의 시선을 초래했다. 이는 양캠 간의 입학 난이도 차이를 야기했다. 실제 설캠 입학생의 평균 수능 백분위는 약 85점 내외에서 형성되는 반면 글캠 입학생의 경우 약 73점 정도로 12점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수시 내 학교장추천전형에서 활용하는 수능최저학력기준도 설캠은 △국어△수학△영어△탐구 과목 중 2개 영역의 등급 합이 4 이내로 설정돼있지만 글캠의 경우 한 개 영역의 등급이 3 이내이기만 하면 됐다. 

 

상이한 입학 난이도는 ‘서로 다른 학교로 보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다수의 학생들은 “입결 차이로 인해 이원화캠퍼스 정책의 이행이 잘 안된다”고 답했다. 위의 G 씨 또한 “솔직히 입결 문제가 해소가 안되면 이원화캠퍼스 정책의 성공적 이행이 어려울 것이다”고 답변했다.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한 응답자는 “입시할 때부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다르게 하는 것부터가 학교가 글캠을 분교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입학 난이도로 인해 설캠 학생들에겐 학교의 이원화 정책이 ‘역차별’로 다가온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학생은 “이중전공 여석을 글캠 학생들이 가져가는 것이 차별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은 “서로 다른 학교임을 받아들여줬으면 한다”란 답변을 적었다. 실제로 시험기간만 되면 이중전공 수업으로 인해 설캠 도서관을 사용하는 글캠 학생들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에타에서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설캠 아시아언어문화대학에 재학 중인 I 씨는 “이원화캠퍼스 정책 추진 배경도 그리고 그 명분도 모두 이해한다”며 “그러나 엄연히 입학 난이도가 서로 다른 만큼 설캠 학생들 입장에선 이원화 정책의 추진이 역차별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현재 학생들 중 글캠에 대한 지원을 ‘역차별’로 생각하는 학생들의 수가 적지 않고 이것이 결국 상호 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입결 문제는 해소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경희대 또한 이원화 초기 설캠 소재 학과 입학자의 평균 수능 점수와 국캠 소재 학과 입학자의 평균 수능 점수는 약 5점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현 시점 이 차이는 1점 내외로 거의 없다시피 하다. 우리학교 기조처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조처는 “설캠과 글캠의 입결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글캠을 수험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들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위의 경희대가 인식을 개선한 사례는 참고해볼만 하다. 경희대 국제캠에 재학 중인 J 씨는 “설캠이냐 국제캠이냐 물어보거나 국제캠이라고 해서 차별하는 인식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자소서에 학교명을 적을 때도 경희대란 하나의 항목만 있다”고 밝혔다. J 씨는 이런 인식이 가능해진 이유로 학생회의 노력을 언급했다. J 씨는 “과거 이원화의 이행이 미비했지만 학생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미비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희대 국제캠 총학은 이원화 이행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일례로 이들은 제53대 국제캠 총학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원화캠퍼스 표기 오류 관련 사례를 조사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이원화캠퍼스 이행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위의 J 씨는 “공공기관 인턴 지원 시 한편으론 캠퍼스 별도 표기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단 걱정이 있었으나 총학 차원의 노력 덕에 이러한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 차원에서의 노력도 존재했다. 일례로, 우리와 달리 경희대의 경우 입시 요강에 캠퍼스 구분 없이 학과를 나열하고 있다. 홈페이지의 각 단과대학 설명에서도 캠퍼스 구분 없이 단과대학을 나열해 소개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학교란 인식이 변화할 수 있도록 각 대학 및 총학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캠퍼스를 분리해 표기토록 하는 채용 플랫폼의 정책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캐치와 잡코리아를 비롯한 채용 플랫폼에서 분리해 학교를 명시해둔 곳에 합쳐 학교를 작성토록 하라고 조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칫 분교로 보일법한 오표기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우리학교의 경우, 글캠 내 일부 점포의 경우 ‘용인외대점’등으로 글캠을 오표기하고 있었다. 홍대의 세종캠 또한 ‘조치원홍대점’ 등으로 홍대 세종캠을 오표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각 대학본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대학본부 측 적극적인 움직임이 실제로 오표기를 개선한 사례로는 중앙대의 경우가 있다. 2021년에 입시정보 사이트 ‘진학사’에서 안성캠을 분교로 설명하는 카드 뉴스가 올라와 논란이 불거졌다. 대학본부는 진학사의 잘못된 표기에 항의하고 카드 뉴스 수정과 사과문을 요구했다. 이에 진학사는 카드 뉴스 제작 시 착오가 생겨 안성캠을 분교로 잘못 표기했다고 해명했다.

 

양캠 학생들의 심리적 거리감 해소를 위해 양캠 학생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행사도 개최해야 한다. 실제로 위의 설문조사에서 공동 개최 행사의 확대 등을 주장하는 학생들은 22.7% 였다. 학생 F 씨는“공동입학식의 재시행과 더불어 지난해 진행된 캠퍼스 교류전을 비롯한 공동 주최 행사가 더 많이 이뤄진다면 양캠 학생들간의 심리적 동질감이 좀 더 커지지 않겠나”고 말했다. 위의 중앙대와 경희대 재학생과의 인터뷰에서 살펴보았듯 학내 교류가 부족하다면 같은 학교라는 심리적 동질감이 생기기 어렵다. 우리학교 또한 지난 캠퍼스 교류전의 성공적인 개최에 이어 더 많은 행사와 사업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

 

캠퍼스의 특성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도 있다. 성균관대는 양캠을 ‘인문사회캠퍼스’와 ‘자연과학캠퍼스’로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따라 단과대를 배치했다. 이와 같은 성균관대 모델이 모든 사례에 있어 적확하지 않더라도 각 학교는 캠퍼스가 가진 특성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에 따라 개발해야 한다. 우리학교 또한 글캠이 가진 특성인 ‘실용적 융합학문’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또 홍보해 대외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새로 태어날 송도캠퍼스 또한 그와 같이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학교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

특히 우리학교의 경우 구조적 문제의 해소 또한 진행돼야 한다. 글캠 도서관을 비롯한 노후 시설을 빠르게 리모델링하는 동시에, 글캠 내 신설학과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와 학생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위의 경희대 재학생 J 씨는 “과거엔 학식이나 기숙사 등 일부 차이가 있었다고 들었으나 학생회의 지속적인 개선 노력으로 인해 이러한 차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글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글캠의 물리적 접근성을 확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캠간 셔틀을 더 증편하는 한편, 글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거점을 방문하는 셔틀버스 또한 증편할 필요가 있다. 위의 I 씨는 “경기광주역 등 주요 거점을 방문하는 셔틀버스가 매우 부족하다”며 “대중교통도 부실한 상황에서 글캠까지 가기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물리적 접근성을 높인다면 글캠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캠퍼스 간 인적, 학술적 교류도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별개로 설캠 학생들의 ‘역차별 심리’ 또한 해소해야 한다. 설캠 학생들에게 글캠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또 설득해야한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기조처는 “글캠 없는 설캠은 중소형 규모의 대학이 될 것이다”며 “설캠을 포함한 양캠 모두 서로의 캠퍼스가 있어 지금의 위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니 만큼 두 개의 학교로 돌아가자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점에 입각해 설캠 학생들을 설득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글캠 없는 설캠과 설캠 없는 글캠은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다. 들어올 때의 입결보단 앞으로 ‘외대인’으로서 생존을 위해 소속과 상관없이 더욱 뭉쳐야 할 때 아닌가. 이런 인식 아래 갈등과 반목보다 화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생△교직원△교수 모두의 고민이 필요할 때다.

 

 

남우현 선임기자 07woohyun@hufs.ac.kr

이승원 편집장 08seungw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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