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4월의 유혹> - 나를 피어나게 한 여행 -

등록일 2026년04월01일 17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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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떠나는 여행은 어떤 느낌일까. 일상의 무게에 짓눌린 채 살아가던 이들에게 낯선 땅으로의 탈출은 때로 삶을 뒤흔드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Elizabeth von Arnim)의 소설 <4월의 유혹>은 스스로를 억압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자아를 가꿔나가는 과정이 나를 빛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과 동시에 얼마나 눈부신 변화를 가져오는지 잔잔하고도 아름답게 보여준다.

 

소설의 네 주인공은 저마다의 이유로 지쳐 있다. △사회의 기대에 맞춰 신을 섬기며 살아온 아버스넛 부인(Mrs. Arbuthnot)△산만하고 의존적이던 윌킨스 부인(Mrs. Wilkins)△옛것에 매여있는 보수적인 피셔 부인(Mrs. Fisher)△인간에 대한 신뢰와 흥미를 잃고 염세주의에 빠진 레이디 캐럴라인(Lady Caroline). 이들은 우연히 타임스의 고민 상담 코너에 게재된 광고를 접하고 용기를 내 우중충하고 답답한 런던을 뒤로한 채 중세 이탈리아의 성 산 살바토레(San Salvatore)로 떠난다. 산 살바토레는 이탈리아어로 구세주 혹은 구원을 뜻한다. 그 이름처럼 이 여행은 네 여인에게 진정한 구원이 되어준다. 오랫동안 잠겨있던 마음이 이해와 사랑으로 조금씩 채워져 간다.

 

성에 도착한 그녀들을 맞이한 것은 눈부신 4월의 이탈리아였다. △다채로운 색채로 피어난 꽃들과 그 향기△따스한 공기 속에 스며드는 계절의 감각들△햇빛을 받아 넘실거리는 바다의 윤슬. 순식간에 이 낯설고도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된 그녀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긍정과 용기를 되찾는다. 새장 안에 갇혀 있던 여성들이 각자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애정과 활기가 충만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 성장해 나간다.

 

소설이 발간된 100여 년 전의 유럽은 전쟁의 상흔을 단 채 △경제△사회문화△정치 각 면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한 시기였다. 오랫동안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고 권리와 평등에 대한 인식 역시 서서히 형성되고 있었다. 역동적인 격변의 시대 속에서 과거로부터의 해방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을 되찾게 하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이 삶의 전환점이 되고 오래도록 자신을 지켜줄 구세주가 된 것이다.

 

때마침 4월이다. 우리 모두 가끔은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산 살바토레를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윤슬처럼 반짝이는 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자유를 향한 4월의 여행은 우리에게 이전과는 다른 색채의 행복을 안겨줄 것이다. 4월의 시작점에서 새로운 안녕을 외쳐본다.

 

 

백채린 기자 11chael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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