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 산업은 글로벌 시장의 변동 속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오늘날 은행은 단순한 예적금 업무를 넘어 △기업금융△자산관리△해외 법인 운영 등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글로벌 역량을 겸비한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태(중국중국어•91) 전 신한은행 전임감사 팀장은 우리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중국 중앙재경대학(中国财经大学)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하고 중국 현지 법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글로벌 금융 실무를 쌓았다. 26년간 금융 현장을 경험한 그는 현재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 현장을 넘어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는 김정태 전 팀장을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중국어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국어 시간에 한자 쓰기를 좋아했고 한문 수업을 통해 중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입학 당시엔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 전이었지만 북방 정책이 활발히 추진되던 시기였습니다. 앞으로 중국과의 교류와 비즈니스가 확대될 것이라 예상해 중국어과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Q2. 우리학교 재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고등학교 시절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했던 이과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삼수를 하며 문과로 전과했고 우리학교 중국어과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삼수를 하면서 군 복무 시기가 앞당겨져 1학년 1학기만 마치고 입대하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교내 생활△동아리 활동△학생 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못했습니다. 중국어 실력 또한 기대만큼 발전하지 못한 채 방황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2학년을 마친 뒤 자비로 중국 유학을 다녀온 경험이 전환점이 됐습니다. 60일간의 중국 배낭여행을 통해 문화와 역사를 직접 경험하며 중국어에 대한 자신감도 얻게 됐습니다. 이후 학과 생활에 보다 충실히 임하게 됐습니다.
Q3. 어문 전공에서 금융권으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금융권 취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재학 내내 언론사 기자 시험을 준비했지만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고 불확실성도 커 타 업종과 일반 기업 입사 준비를 병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4학년 1학기에 삼성 제일모직에서 중국어 인력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해 지원했고 중국 톈진(天津)에서의 근무가 잠정 결정되며 취업이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은행의 안정적인 급여와 향후 글로벌 금융 시대를 고려해 금융권 진출을 선택했습니다. 비록 경영학이나 상경 계열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언젠간 중국에서 쌓은 경험과 전공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금융권 진출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Q4. 재학시절 금융권 취업을 위해 준비했던 활동이 있나요?
당시엔 금융권 취업을 위해 다수의 금융 자격증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금융권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기에 별도의 전문 자격증을 준비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학창 시절 학급 반장과 회장을 맡으며 리더십을 길렀고 중국 유학 시절 홀로 배낭여행을 떠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경험의 폭을 넓혔습니다.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에는 삼성에서 ‘동북아 시대 청년의 역할’을 주제로 주최한 대학생 논문 공모전에 참여했습니다. 친구들과 공동으로 논문을 작성해 당선됐고 포상으로 동북아 지역을 장기간 탐방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취업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Q5. 금융 현장에서 일하시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궁금합니다.
은행 생활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고객의 금융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렸을 때입니다.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각기 다른 사정과 고민을 안고 방문합니다. 제가 대출 업무를 총괄하던 시기엔 사업 운영 과정에서 자금 문제에 부딪혀 은행을 찾는 개인사업자들이 많았습니다. 이때 고객의 상황을 충분히 경청한 뒤 여러 대출 상품을 검토하며 보다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금융 상품을 안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제가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 이후에도 찾아와 주시거나 지점을 떠날 때 아쉬움을 전해주신 고객들을 마주했을 때 깊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금융은 단순한 자금 거래를 넘어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라는 사실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Q6. 다수의 금융 설명회 및 우리학교 중국학대학 특강을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연에서 강조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각 설명회마다 강조하는 점이 달라집니다. 먼저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선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대상이기에 기초적인 금융 지식을 강조합니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금융 이해 부족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에 금융은 자산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더 필수적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전달합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선 한 사람의 △삶△시행착오△선택 과정에서 나오는 경험은 데이터로 대체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 경험과 최근 입행한 신입 직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전하고자 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입행하기 전의 과정부터 재직 중 겪었던 △고민△보람△한계까지 솔직하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Q7. 중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차별화된 강점이 됐다고 느끼신 순간이 있으신가요?
창구 업무를 볼 때 중국인 고객들이 많이 내점하곤 합니다. 이때 따로 번역기를 거치지 않고 중국어로 직접 소통하다 보니 서로 오해도 줄어들고 실제 업무 처리 속도도 빨라져 큰 장점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리고 외환 업무에도 큰 강점이 있습니다. 수출입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중국어본으로 직접 검토하며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내 은행들은 이미 중국에 다수의 지점과 법인을 두고 있는 만큼 중국어 전공자는 국내를 넘어 중국 현지에서 근무할 수 있는 무기를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Q8. 앞으로의 계획 또는 목표가 무엇인가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노숙인△재소자△청소년 등과 같은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또한 중국학과 후배들에게도 제 금융 경험과 은행 업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특강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특히 AI 시대에 금융인으로서 금융 업종에 대한 위기감을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부분을 포함해서 강의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Q9. 마지막으로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첫째로 시간을 아껴 쓰고 1학년 때부터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3학년이나 4학년에 시작해서는 늦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AI 시대엔 단순한 금융 지식이나 자격증만으론 부족합니다. 물론 금융 지식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지만 금융권 입성의 성공을 의미하진 않을 것입니다. 앞으론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해 최선의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역량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직무 중심이 아니라 역량 중심으로 경력을 설계해야 하며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AI 시대엔 △거시경제에 대한 통찰△기획력△데이터 분석 능력△문제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금융인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많은 우리학교 선배님들이 금융권에서 활약하며 학교의 이름을 빛내고 있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금융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며 힘차게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강수현 기자 12soohy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