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플랫폼(Platform) 노동자가 22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8%에 달하는 수치이며 △대리운전△디지털 프리랜서(Digital Freelancer)△배달대행업 등의 업종에서도 급격한 성장 추세를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변화는 ‘사용자 없는 고용, 고용 없는 성장’이란 노동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전통적 고용계약과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최첨단 기술의 발전과 적용으로 이들이 창출하는 산업의 부가가치의 규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창출하는 노동의 미래와 그 사회적 의미를 성공회대학교 노동사연구소 정규식 연구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최근 우리 사회에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은 무엇이며 그로 인한 사회문제론 어떤 것이 있나요?
오늘날 우리는 필요한 정보의 검색이나 상품 △구매△교환△배송 심지어 각종 친목 및 비즈니스(Business) 모임 모두 온라인(Online) 플랫폼을 매개로 수행되는 디지털 플랫폼 전성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원래 플랫폼은 교통수단과 승객을 연결하는 승강장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됐지만 최근엔 플랫폼 경제(Platform Economy)*로 그 의미가 확장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0년대 초중반까지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부상은 참여자들이 수행하는 자발적 노동을 데이터로 수집해 매개함으로써 이용자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수익을 창출하는 창조적 혁신의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됐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 기술을 통해 유휴자원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실현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디지털 플랫폼 경제 모델은 △데이터 소유△불안정하고 통제권의 독점△시장에 대한 거버넌스(Governance) 문제와 임시적인 일자리 양산△플랫폼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Q2. 플랫폼 노동이 가져오는 장점과 단점엔 무엇이 있으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엔 어떤 것이 있나요?
플랫폼 노동은 진입 장벽이 낮고 서비스 수요자 또는 의뢰인(기업 및 개인)에게 낮은 비용으로 적기에 필요한 인력을 단기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서비스 제공자인 노동자에게도 노동의 △시간 활용△유연성△자율성 등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대부분 전통적 고용 관계가 아닌 하청이나 외주의 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긱(Gig) 노동’*** 혹은 ‘초미세(Crowd) 노동’****으로 불리는 극도로 불안정하고 파편화된 작업으로 내몰린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합니다. 더욱이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험과 비용은 개인에게 전가됩니다. 또 플랫폼 노동은 흔히 ‘자유로운 노동’으로 선전되지만 실제론 알고리즘(Algorithm)에 의해 △노동과정△노동시간△평가 등이 훨씬 체계적으로 통제됩니다. 이에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 체계의 재편△사회적 보호장치의 마련△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와 알고리즘 통제에 대한 명확한 규제 방안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Q3. 변화하는 플랫폼 노동 현실 속 기존 노동법 체계(근로기준법 및 사회보험법)가 갖는 한계와 그 대책으로 어떤 것이 있나요?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노동법 체계와 달리 비표준적 계약과 고용을 양산하는 것 입니다. 즉 플랫폼 노동자는 기존의 전통적인 임금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종사상 지위로 구분됩니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산재△최저임금 등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합니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와 노동자성에 대한 인정 여부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9년 대법원에서 ‘배달의 민족’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산재보험 적용을 인정하는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이 판결의 핵심은 플랫폼 노동자의 표면적인 계약 상태보단 △경제적 종속성△실질적인 업무 지휘 및 감독 주체△업무의 자율성△위험부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단 것입니다.
Q4. 플랫폼 노동자들이 직면한 고용 불안정성과 사회보험 사각지대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지난 30~40 여년간 전 세계적으로 고용의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프레카리아트’(Precariat)*****란 개념이 유행했습니다. 특히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은 프레카리아트를 현대 사회의 불안정성과 불평등을 상징하는 새로운 계급으로 주목하며 이들은 여가와 직업 안정성 없이 △노동△저숙련△저임금을 전전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플랫폼 노동자들이 이러한 고용의 불안정과 사회적 안전망의 붕괴를 대표하는 핵심 주체로 부각하며 ‘플랫타리아트’(Platform+proletariat)******란 용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플랫폼 노동자들은 비표준화된 계약 형태가 대부분이기에 △고용△노동권 배제△사회보험△소득 불안정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즉 플랫폼 노동은 ‘사용자 없는 고용, 고용 없는 성장’의 대표적 사례가 됐고 플랫폼 기업들은 비표준적인 계약으로 근로기준법에서 벗어난 고용이 가능하며 최저임금 이하의 보수를 지급해 불안정과 저임금 노동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Q5. 플랫폼 경제가 기존 노동조합(이하 노조)이나 집단적 교섭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새로운 노동자 연대 방식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음식 배달과 대리운전을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확산되며 해당 영역에서 노조 조직화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2019년을 전후로 다양한 플랫폼 노조가 설립됐는데 형식이 대체로 초기업별 형태거나 독립 노조가 다수이고 직종별 노조의 성격도 보였습니다. 한편 지난 2019년 설립된 ‘라이더유니온’(Rider Union)은 지난 2023년 조합원 총투표 결과 94%의 찬성으로 창립 때부터 연대해 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기존 노동조합과 새로운 연대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배달 노동자들만의 권익이 아니라 전체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중요함을 조합원 투표 결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6. 플랫폼 경제 확산이 우리 사회의 고용 안정성과 불평등 구조에 어떤 중장기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시나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고용구조△산업구조△생활세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닉 서르닉(Nick Srnicek)*******에 의하면 플랫폼 경제는 데이터를 추출해 생산과정의 최적화에 적용하고 소비자의 선호를 파악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 및 판매합니다. 이는 알고리즘 기술 장치를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의 최첨단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자본주의’ 체제하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독립 계약자 혹은 개인사업자라는 외피를 쓴 채 새로운 형태의 불안정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으며 극도로 낮은 노동시장 장벽 안에서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반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 경제를 통해 창출한 이윤을 상대적으로 낮은 추가 비용으로 거의 독점하며 이 과정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플랫폼 경제의 발전이 초래한 불안정 노동의 확산과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새롭게 창출될 기회를 어떻게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Q7. 해외에선 플랫폼 노동 규제를 어떻게 마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참고할 수 있는 사례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디지털 기술 및 플랫폼 경제의 발전에 따른 노동의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하기 위해선 ‘좋은 일자리’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이 동반돼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에서 제출한 ‘<노동4.0>’ 보고서는 ‘기계-인간 간 상호작용’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을 통해 기존 노동력을 새로운 ‘좋은 일자리’로 재투입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독일△미국△영국△프랑스에선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유사(준)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 인정과 나아가 노동법과 사회보험법의 보호 규정(△고용△건강보험△산재 등)을 점차 확대 적용하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에선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비전형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위해 최소 소득의 보장 및 노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협약 체결 같은 정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임금노동에 기반하지 않은 기본소득 제공과 사회보험 체계의 전환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플랫폼 경제(platform economy):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경제 시스템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하여 가치 창출이 이루어지는 경제
**공유경제(Sharing Economy): 개인이 소유한 자원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공유대여함으로써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경제 모델
***긱(gig) 노동: 고용주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이나 일회성으로 일을 맡는 초단기 노동 형태
****초미세(crowd) 노동: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소규모 업무를 분담하여 수행하는 노동 형태
*****프레카리아트(Precariat): ‘Precarious’(불안정한) + ‘Proletariat’(프롤레타리아트)의 합성어로, 불안정한 고용소득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신흥 불안정 노동 계층
******플랫타리아트(platform+proletariat): ‘Platform’ + ‘Proletariat’의 합성어로, 디지털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며 불안정한 노동소득 구조에 놓인 새로운 노동자 계급
*******닉 서르닉(Nick Srnicek): 디지털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제시하며 플랫폼 경제가 데이터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을 분석한 학자
이해봄 기자 11haebom@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