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극의 탄생’를 읽고] 비극의 의미를 탐색하다

등록일 2026년06월10일 20시5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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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비극을 접했던 순간이 기억난다. 어릴 적 ‘아기 사슴 밤비’를 읽고 느꼈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공식을 깨준 영화 ‘스타워즈: 로그 원’ 역시 잊을 수 없는 이야기로 남아 있다. 이런 나의 취향은 커서도 변하지 않았다. 사람의 아픔과 슬픔을 다룬 비극이 자꾸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 니체는 고대 그리스로 회귀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    

 

니체는 고대 그리스인들을 염세주의자로 설명한다. 이들은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삶을 열망하는 사람들이었다. 예술은 이러한 인간을 염세주의로부터 구원하고 삶을 긍정으로 이끈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극은 단순한 슬픔의 재현이 아니라 인간 삶의 승화다. 이들의 비극에 대한 열망은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드러난다. 디오니소스 축제는 술과 황홀경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축제로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자신을 잊는 도취를 경험한다. 이러한 디오니소스적 예술은 인간을 개별적 존재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하고 삶의 근원적인 힘과 마주하게 만든다. 비극은 바로 이러한 생명력과 창조성을 예술의 형태로 드러내는 장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비극으로 이끌까? 관객은 주인공이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파멸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니체에 따르면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개별 존재는 사라질 수 있지만 삶 자체의 근원적인 생명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관객은 비극을 통해 파멸 속에서도 생명은 계속되고 창조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또한 비극은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넘어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우리는 주인공의 고통을 통해 삶의 다양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더 넓은 차원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비극은 인간을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삶으로 이끌며 궁극적으로 세계를 긍정하게 만든다. 이처럼 비극은 인간 삶 자체를 승화시키고 실존적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예술이다. 니체의 예술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그에게 예술은 삶의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 예술은 단순한 장식이나 오락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형이상학적 의미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할 뿐 아니라 삶의 완전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관객은 예술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마저 변화시키고 발전시킨다.    

 

이번 학기 마지막 책 칼럼을 작성하며 단순한 줄거리 소개를 넘어 작품을 바라보는 미학적 시선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체의 비극론은 비극이 왜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어쩌면 우리가 비극을 사랑하는 이유는 슬픔 자체가 아니라 그 슬픔 속에서도 삶을 긍정할 수 있는 힘을 발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나연 기자 12naey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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