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폐쇄 뒤에 남은 불씨, 불법 웹툰 생태계의 근본적 해결책은

등록일 2026년05월13일 18시0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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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정부의 저작권 침해 불법사이트 긴급 접속 차단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뉴토끼(NEWTOKKI)’가 돌연 자진 폐쇄해 이목이 집중됐다. 자진 폐쇄로 인해 불법 웹툰 유통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웹툰 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의 폐쇄에도 불구하고 범죄 수익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이름과 형태만 바꾼 대체 사이트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는 점과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 불법 복제돼 도박사이트 광고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창작 생태계에 도래한 위험은 언제든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를 통해 △웹툰 생태계의 피해 현황△불법 웹툰 생태계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웹툰 생태계의 피해 현황      

불법 사이트로 인한 창작 생태계의 피해는 이미 웹툰 산업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년 웹툰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툰 산업의 연간 산업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한편 불법 웹툰 시장규모는 4,465억원에 달해 합법적인 웹툰 시장의 약 2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뉴토끼의 경우 지난 2024년 기준 누적 페이지 조회수가 11억 5,000만 회에 달해 국내 주요 불법 웹툰 사이트 이용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에 따른 저작권 피해액은 월 398억 원으로 추산됐다. 창작자 개인이 겪는 피해 역시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서 작가 A 씨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12~14시간씩 열심히 일해서 만들어낸 작품이 공개 직후 불법사이트에서 바로 뜨더라”라며 “저는 정신력이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적으로 허탈감이 느껴지고 위경련 때문에 고생했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긴급 접속 차단법을 시행하는 등 제도개선에 나섰다. 해당 법안은 별도의 심의 절차 없이도 문화체육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사이트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불법 사이트 차단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는다. 기존에는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소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했으나 개정안은 서면 심의 도입 등을 통해 처리 속도를 높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평균 1~2주가 소요되던 차단 기간이 최소 2~3일 이내로 단축되면서 저작권 침해물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제도적 수단을 통한 정부의 지속적인 접속 차단과 운영진 압박은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유통 창구였던 뉴토끼를 공식 폐쇄시키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법 웹툰 사이트는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운영방식은 더욱 교묘해졌다. 정부가 특정 URL을 차단하면 운영자들은 곧바로 숫자나 주소 일부만 변경한 새로운 대체 사이트를 개설해 이용자들을 유도한다. 실제로 JTBC 뉴스에 따르면 뉴토끼가 자진 폐쇄를 선언한 지 불과 일주일여 만에 텔레그램과 SNS를 중심으로 대체 사이트 목록이 빠르게 공유되면서 이용자 대이동이 일어났다. 해외에 서버를 둔 탓에 물리적인 서버 압수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URL만 바꿔가며 수사망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강력한 법 도입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대응의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불법 웹툰 생태계의 원인  

뉴토끼와 같은 대형 불법 웹툰 사이트가 국가의 감시망을 피해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운영진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신분 세탁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외 국적을 방패삼아 범죄인 인도 절차의 허점을 악용해 불법 사이트 운영을 지속해왔다. 특히 이번 뉴토끼와 관련해서 수사 당국은 핵심 운영자 중 한 명은 지난 2022년 일본으로 귀화한 인물로 신원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송환에 어려움을 겪어 처벌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차단 속도를 압도하는 URL 복제 속도다. 앞서 언급했듯이 운영자들은 접속 차단 조치가 내려지기 무섭게 SNS나 텔레그램을 통해 새로운 링크를 유포한다. 사이트를 차단하기까지는 며칠이 걸리지만 새로운 대피소 사이트가 개설되는 데는 단 15분이면 충분해 불법 사이트 이용자들은 정부의 접속 차단 정책을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대학생 B 씨는 외대학보의 인터뷰를 통해 “웹툰을 전부 유료로 보기에는 금전적인 부담이 커서 불법 사이트를 이용해본 적 있다”라며 “사이트를 사용해본 입장으로서 이번에 뉴토끼가 막혔다고 해서 사람들이 웹툰 보기를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구글에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디스코드△오픈채팅방△텔레그램 등에 개설된 공유 채널에 들어가면 새로운 우회 링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라며 “따라서 정부가 사이트 주소를 막는다고 사람들이 당장 불법 시청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안일한 저작권 인식 역시 불법 웹툰 사이트 확산의 주요 원인이다. 유료 디지털 콘텐츠인 웹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과 유료 결제에 대한 부담이 맞물리면서 불법 유통 시장의 거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앞서 언급한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 웹툰 이용 이유로 ‘유료 결제 비용 부담’(32.8%) 외에도 ‘웹툰은 유료 결제할 가치가 없다’(12.2%)는 응답이 상당수 나왔다. 이렇듯 높은 수요가 존재하고 천문학적인 범죄 수익이 보장되는 한 범죄 조직은 불법 사이트 운영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1위 불법 웹툰 사이트였던 뉴토끼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더라도 범죄 수익 모델이 유지되는 한 형태와 이름만 바꾼 새로운 불법 사이트가 언제든 부활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현 웹툰 시장을 교란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의 완전한 근절을 위해선 실효성 있는 국제 수사 공조망의 체계적인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대형 불법 사이트의 수뇌부와 핵심 데이터를 담은 메인 서버는 우리나라의 사법권이 닿지 않는 해외에 위치한다. 이에 국내에 국한된 수사권만으론 이들을 전부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경호 국민대학교 사이버보안전공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통과된 긴급 접속 차단법이 국내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에는 의미가 있으나 결국 해외에 있는 핵심 운영진을 검거해야만 실질적인 차단이 가능하다”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불법 서버가 주로 위치하는 국가들과 맺은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사이버 범죄 추적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특히 인터폴을 비롯한 각국 수사기관과 △범죄인 신속 인도 청구△실시간 수사 정보 공유△합동 압수수색 진행을 즉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국제 공조 제도를 신설해야 해외로 도피한 운영자를 검거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전문가의 지적처럼 범국가적인 합동 단속은 범죄 조직의 은신처를 파괴할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이다.  

 

정부의 차단 속도를 압도하는 URL 복제 속도에 대응할 선제적 방어체계 구축 역시 시급한 과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저작권 침해 사이트 접속차단의 실효성 제고 방안’ 보고서는 행정기관의 개별 심의에 의존하는 대신 불법성이 명확한 복제 사이트에 한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기계적으로 즉각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의무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AI 기술을 활용해 불법 사이트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차단 요청까지 자동화하는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나아가 타인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국가 산업을 훼손하는 범죄임을 명확히 가르치는 저작권 교육이 정규 교육과정에 의무화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규 교육과정의 경우 기술·가정과 정보 교과서에 저작권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 수업 시간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청소년 38만 9,496명△성인 29만 7,741명△총 68만 7,237명이 저작권 교육을 받았지만 이는 전국 청소년의 5.6%와 성인의 1%에 불과하다. 한편 미국의 ‘Copyright&Creativity’ 프로그램이나 영국의 ‘Cracking Ideas’ 캠페인 사례처럼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지식재산권 교육을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으로 다루며 학생들이 창작자의 입장에서 법적 권리와 경제적 가치를 체득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단순한 도덕적 훈계를 넘어 저작권 보호가 문화 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할 것이다.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뉴토끼의 자진 폐쇄는 불법 사이트 문제의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투입된 웹툰 생태계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선 △법 제도의 보완△정부의 지속적인 추적 수사△저작권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나라 문화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웹툰 산업이 불법 사이트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치열한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서영 기자 12seoyou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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