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한반도가 맞이한 새 국면과 향후 전략은

등록일 2025년12월03일 14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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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10월 29일 이재명 우리나라 대통령(이하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경제 협력△관세 문제△군사 분야 협력 등 다방면에서 긴밀한 공조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간 경제 및 안보 협력과 동맹의 흐름을 확인한 자리였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방향성에 대해 이재묵 우리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주요 사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사안은 크게 경제적 측면과 안보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선 관세 및 통상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자동차 관세가 15% 수준으로 결정되며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해외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 속 관세 리스크 완화에 기여했습니다. 그동안 관세 협상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관세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며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와 같이 미국과 거래 중인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과 해외 투자자들이 느끼던 우리나라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장기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점도 중요합니다. 예컨대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 등이 제시되고 이를 10년의 장기 분산 투자 구조로 조정함으로써 외환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했습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선포한 ‘관세 해방의 날’에 대한 우리나라의 우려가 이번 회담에서 잘 전달됐고 미국 관세 리스크로 인한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점도 유의미합니다.

 

다음으로 안보적 측면에선 우리나라의 안보 자율성이 확대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논의되며 기존의 디젤 추진 잠수함 체제에서 진전을 이뤘습니다. 다만 이는 동북아 안보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단 우려도 공존합니다. 국군과 주한미군이 향후 미국의 대중 견제에 전략적 유연 자산으로써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이번 회담에서 안보적 자율성과 유연성을 확대했기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Q2.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국내에선 대체로 긍정적 평가 여론이 우세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신들의 평가입니다. 외신 보도에선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기조 속에서 선방했단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 규모를 비교했을 때 당장 많은 투자를 하긴 어렵지만 그것을 분산 투자할 수 있게끔 어느 정도 지렛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급망이나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진전을 만들어냈단 긍정적 평가가 존재하며 핵추진 잠수함과 전략자산 배치 같은 경우에도 안보 협력이 강화됐단 평가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당장은 협상을 이뤄냈지만 정책의 세부적인 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대부분 경제 및 안보 투자 정책은 큰 틀에서 합의가 된 상태지만 구체적 실행 과정에서 한미 양측 또는 제3국의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이나 예산 등은 세부 합의가 중요하므로 향후 진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관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Q3.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사안 중 주목해야 할 부분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장 주목할 점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 협의입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핵 처리 기술 접근과 작전 지속능력 확보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등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만한 전략적 자산이 부족했던 상황이기에 미국 해군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잠수함 도입은 북한의 SLBM 억제를 위한 우리나라 해군의 탐지 및 회피 능력 강화란 측면에서 전략적 의미가 큽니다. 그렇기에 이번 한미 동맹이 재래식 방어를 넘어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나라가 얻은 외교적 성과는 무엇인가요?

첫째로 관세 협상 타결을 통해 통상의 불확실성을 제거했습니다. 고율 관세의 우려 속에서 15% 수준으로 상호관세가 조정되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주요 산업의 관세 부담이 줄어 수출 기업의 안정성과 해외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둘째로 자주국방의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 협의가 본격화되며 해양 안보 능력 강화의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동시에 조선업 협력 확대를 통해 ‘K-조선’의 위상을 높였고 국제적 신뢰도 또한 강화했습니다.

 

이 외에도 경제 및 기술 협력의 진전으로 리튬이나 희토류 등의 전략 자원 공급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해당 전략 자원은 AI 관련 분야에 활용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양국의 AI 관련 분야의 협력이 실무적 진전 단계로 나아갔단 점도 중요한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Q5.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기존의 한미 공조 체계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전통적 군사동맹에서 경제와 기술 안보를 포괄하는 복합 동맹으로 발전됐단 점이 핵심적인 차별점입니다. 과거 한미 동맹은 주로 북핵 억제와 중국 견제 등 군사와 안보 중심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선 △관세 협상△공급망△기술 안보△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적 자산도 논의되며 동맹의 범위가 크게 확장됐습니다. 물론 철저한 주고받기는 존재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실질적 파트너십 구축에 있어 기존 가치 동맹에서 경제 기술 측면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낳았습니다. 

 

 

Q6.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들이 국내 산업정책 또는 국방정책과 같은 국내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전망인가요?

국방정책에선 오는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까지 확대하기로 하며 전력 증강의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과 신냉전이 논해지는 가운데 동북아를 중심으로도 여러 국가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등 안보 환경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역시 전략적 자산을 늘려 국방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에게 공감대를 샀단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답보한 상황에서 국방비 증액은 △교육△복지△예산 등 다른 분야 예산 압박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를 타개할 정부의 재정 조율이 중요한 과제로 남은 것입니다.

 

산업정책에선 관세 협상 결과로 조선업 등 특정 분야에 관련된 기업에겐 유리하겠지만 다른 산업엔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규모 미국 투자가 늘어나고 AI의 영향으로 국내 △고용△설비△인력 등의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기에 해외 투자 확대와 국내 산업 기반 유지 간 균형이 향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Q7.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의 경제 협력에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전망인가요?

지난 10년간의 미중 패권 경쟁으로 중국의 부담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냉전 이후 약 30년간 우리나라가 지탱해왔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단 이른바 안미경중 기조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서 관세 및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공급망이 재편되며 기존의 자유무역체제(WTO)가 약화돼 우리나라는 안미경중의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거나 미국이 주도하는 신경제 질서와 해양협력 체제에 더 깊게 편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이 그에 대해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위 산업△조선△AI 관련 반도체 등 우리나라와 미국이 경제 및 기술 협력을 강화해 간다면 양국 간의 상호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Q7-1.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관세 협상 세부 논의가 실제 교역 구조나 공급망 재편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가 25% 관세를 적용받을 경우 기업들은 생산분을 미국으로 수출하기 어려워져 현지 공장 생산 확대를 급하게 추진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과 동일한 15% 수준으로 관세가 확정되며 기업들은 생산 설비 이동의 압박에서 벗어나 국내 생산 물량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도체의 경우에도 TSMC* 등과 경쟁 중인 상황에서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함으로써 AI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국내 기업이 기본 경쟁력을 유지할 시간을 벌었단 점이 유의미합니다. 다만 회담에서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하며 국내 첨단 제조업의 미국 쏠림 현상과 국내 AI 분야 등의 산업 공동화 우려가 제기돼 앞으로 이를 어떻게 완화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습니다.

 

 

Q8.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우리나라의 향후 대북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합니다.

최근 북미회담 성사가 결렬되는 등 신냉전 구도 속에서 북한은 최근 러시아 및 중국과의 밀착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열려있긴 하나 대북정책에 즉각적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번 회담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국방비 증액 등 강력한 억제 수단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향후 대북정책에서 힘을 바탕으로 한 유연한 접근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에 대한 의지로 북한과의 대화에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이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이에 동조해 남북 대화 재개를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Q9.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중국 등 타국과의 관계에 있어 가져올 수 있는 파급 효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국가는 중국입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중국과 맞닿는 서해가 포함되는 문제며 △공급망△관세△AI 기술 협력 강화 등도 모두 중국이 예민하게 보는 분야입니다. 기존의 안미경중 기조에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전략적으로 더 밀착하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선택의 공간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또 중일 긴장 관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면 일본 역시 유사한 전략자산의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동북아 중심의 경제와 안보 측면의 긴장감을 높이고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지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지형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풀어야 할 정치 및 경제적 과제가 많아진단 것을 의미합니다.

 

*TSMC: 대만의 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백채린 기자 11chael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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