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첨단 기술이 등장하며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기술 혁신과 정보화의 흐름 속에서 사회는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했고 공공서비스부터 △교통△금융△쇼핑 등 민간 서비스까지 연달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되며 현대인의 일상은 이전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 문제도 함께 대두됐다. 젊은 세대에 비해 첨단 기술 활용 능력이 낮은 일부 노년 세대는 기본적인 서비스 이용에조차 어려움을 겪으며 일상에서 소외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예매가 일상화되며 노년층이 각종 문화생활에서 배제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노년층 소외 현상을 중심으로 △디지털 사회 현황△디지털 사회가 만든 문제△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디지털 사회 현황
2000년대 초반까지 사회는 일상생활을 대면 중심의 활동으로 구성하는 이른바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전은 디지털 사회로의 급격한 이행을 야기했다. 기술이 발달하며 비대면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고 많은 일상 활동이 전자기기를 통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급률은 지난 2011년 38%에서 2023년 95%까지 증가했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는 일상생활의 기본 도구로 자리 잡은 것이다.
부는 △국민비서 서비스△모바일 운전면허증△정부24 등 온라인 플랫폼 기반 행정 시스템을 도입하며 행정 절차를 비대면 중심으로 개편했다. 이는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편의 증진을 넘어 국가 운영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간 부문 역시 변화가 뚜렷하다. △식당△영화관△카페 등 일상 공간에 키오스크가 빠르게 확산되며 대면 주문은 점차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계도 무인 주문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며 이 흐름에 합류했다. 동시에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소비 형태가 재편됐고 △문화시설△백화점△서점 등 오프라인 업종까지 모바일 앱 운영을 강화하며 디지털 소비 환경이 일상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문화생활 영역에서도 노년층의 소외를 심화시킨다. 일례로 KBS 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입장권 온라인 구매자 가운데 60대 이상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프로야구와 같은 스포츠 및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온라인 예매 방식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예매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원하는 표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KBS의 인터뷰에 따르면 69세 백 씨는 “예전처럼 현장 판매를 했다면 아침 일찍 와 줄을 서서라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방법조차 없어 표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디지털 사회가 만든 문제
이처럼 디지털 사회로의 진입은 △민간 서비스△소비 형태△정부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첨단 기술 활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노년층에게 소외를 초래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의 접근성 제약 문제를 초래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지난 2023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활용 능력 지수는대가 100점 기준 평균 90점대를 기록한 반면 60대는 57.3점 그리고 70대 이상은 28.9점으로 상당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키오스크와 모바일 앱 사용 능력 항목에서 70대 이상은 17점대에 그치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기술 기반 서비스 이용에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키오스크의 △낮은 화면 대비△복잡한 메뉴 구성△작은 글씨 등은 시력과 조작 능력이 떨어진 노년층에게 큰 장벽이 된다. 실제로 아시아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70대 이 씨는 “병원 예약을 위해 키오스크 앞에서 5분 넘게 헤맸다”며 “결국 직원을 불러 도움을 요청해야 해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사실상 의료 서비스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고령층이 필수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오히려 불편을 겪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행정 및 금융 서비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세금 납부△은행 거래△주민등록등본 발급 등 기존에 창구에서 처리하던 업무가 모바일 앱 및 무인 단말기로 전환되며 해당 기술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기본적인 생활 업무에서도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다음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정보 격차다. 앞서 언급했듯 상당수의 노년층은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제공되는 디지털 기반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정보가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만큼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노년층은 필연적으로 최신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실제로 종이신문과 같은 전통적인 정보 전달 매체는 그 지위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 지난 2022년 KBS 보도에 따르면 국내 종이신문 산업의 전체 광고 수입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신문 산업 종사자 수 역시 3.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및 시사 정보 또한 SNS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이 X(구 트위터)를 통해 주요 정책과 현황을 발표해 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 역시 대선 철마다 후보들이 SNS를 이용해 공약을 홍보하는 등 공적 정보 전달의 무게중심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도 노년층의 SNS 이용률은 여전히 낮다. 페이스북 기준 국내 이용자 연령대 분포를 보면 60대 이상은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상당수 노년층은 정치사회 정보를 제한된 방식으로 접하게 되며 이는 디지털 정보 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정보 격차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단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노년층의 경제적 불평등 문제도 지적된다. 무엇보다 최근 대부분의 기업들이 스마트폰 어플 설치 고객에게만 △멤버십 적립△프로모션△할인쿠폰 등을 제공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구조적으로 가격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영화관 예매 및 의류 쇼핑몰 할인 등 소비자 혜택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노년층은 동일한 상품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구직 활동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고령화가 심화되며 노년층 일자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실제 구직 환경은 오히려 노인들에게 더 높은 장벽을 만든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및 단순노동 직종조차 채용 공고가 모바일 어플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게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부족한 노년층은 적합한 일자리를 탐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며 디지털 접근성의 차이가 곧 경제적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그렇다면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방안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우선 디지털 기술에 대한 노인들의 재사회화가 시급하다. 특히 디지털 기기 접근성 부족과 경제적 부담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단 점에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따라서 기업은 각종 전자기기에 대한 판매 전략 수립과 더불어 노년층의 이해 수준에 맞춘 디지털 기기 사용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인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년층에게 기본적인 디지털 기술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이를 활용한 취업 연계형 과정까지 마련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년층의 사회 참여를 지원했다. K뉴스통신 인터뷰에 따르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수료한 이 씨는 “직접 일해보니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사회와 다시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제는 주변 사람에게도 디지털 기술을 알려줄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노년층의 인터넷 접근성을 높여 디지털 시대에서의 소외를 완화할 뿐 아니라 재취업 등 경제적 활동 참여를 확대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웹 개발 시부터 노년층의 디지털 기술 접근성을 고려한 인터페이스(Interface)를 설계하는 것도 유의미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추진한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 시범 적용 사업’은 노인종합복지관 모바일 웹을 고령자용으로 개선하여 접근성 기준을 시험 적용한 사례다. 이 사업은 △메인 화면 구성△명도 대비△세부 화면 구조△서체 크기△용어 사용 등을 고령층 중심으로 조정해 디지털 장비를 시범 운영한 것이다. 이를 통해 모바일 웹 개선 과정에서 서비스 유형을 세분화하고 실제 사용자층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노년층이 느끼는 불편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회성에 그치는 학습이 아닌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해 환경 변화 대응에 도움을 주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다. 일부 유럽 국가에선 지역 시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연합해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네덜란드에선 지역 모임 및 동아리가 연계돼 노년층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지속적 학습 플랫폼 이른바 ‘시니어웹(Senior Web)’을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구조 덕분에 참여 지속성과 지역 내 확산력이 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국 역시 수천 개의 지역사회 기관과 협력해 지역 파트너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헬스와 생활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실무 가이드와 증거 기반 개입 모델을 적용하며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노년층의 디지털 기술 접근성 문제를 해결한다.
당장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과 더불어 그 충격을 최소화해 노년층의 디지털 사회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 역시 필요하다. 즉 장기적으론 디지털 중심의 정보 창구로 통합되지만 단기적으론 노년층이 이용하는 아날로그 매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멈춰선 안 된단 것이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디지털 접근성이 낮거나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서 종이신문은 여전히 중요한 정보원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지역신문을 “민주주의의 필수재”로 규정했다. 또한 “읽히지 않기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그 필요성을 재조명했다. 이처럼 여전히 종이신문 등 전통적 정보 매체가 주요 역할을 수행하는 세대가 존재하는 만큼 정보 제공 방식이 디지털에만 치우쳐선 안 된다. 결국 다양한 세대가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매체와 전통 매체의 공존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정보격차 해소의 방법이 될 것이다.
임재언 기자 11jae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