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에서 QS로

등록일 2026년03월18일 15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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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티 스타트(Quality Start)’라는 용어가 있다. 야구에서 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하로 막아낸 경기를 말한다. 선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록 중 하나로, 줄여서 QS로 표현한다.

 

하지만 QS는 투수 개인의 성적표만은 아니다. 야구는 한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팀의 흐름으로 완성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QS는 최소한의 실점으로 승부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 다시 말해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며 팀이 무너지지 않게 지켜내는 ‘책임 있는 출발’이기도 하다. 화려한 완봉이나 압도적인 탈삼진이 아니더라도, 팀이 믿고 다음 이닝을 설계할 수 있게 만드는 안정적인 첫걸음이 바로 QS다. 야구팬이라면 이 짧은 두 글자에 담긴 무게를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QS는 대학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은 약어다. 여기서 말하는 QS는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인 콰쿠아렐리 시몬즈(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하는 세계 대학 랭킹이다. 국내 대학이 이 지표를 자주 꺼내 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낯선 이름의 학교를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장황한 설명보다 간명한 순위가 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QS는 대학의 홍보 문구 속으로 들어가고, 유학생 모집이나 국제협력에도 공통 기준처럼 활용되고 있다.

 

물론 평가라는 게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고 숫자가 대학의 전부를 말해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QS가 던지는 질문들, 이를테면 ‘연구력은 어느 정도인가?’, ‘교육 환경은 충분한가?’, ‘대학은 공동체 내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 등은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대학의 신임 총장이 QS 지표 개선에 분명한 의지를 보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의지 표명은 단순히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대학의 운영 방향을 보다 명확한 기준 위에 올려놓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조직의 과거와 현재를 엄정하게 진단하고 국제적 기준에 따라 조직을 다듬어 가려는 태도는 훌륭한 리더십의 조건이다. 야구로 치면 무리한 투구 대신에 긴 시즌을 염두에 둔 안정적인 초반 운영에 가깝다.

 

그러나 유념할 점이 있다. 선발 투수가 QS를 기록했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타선의 침묵이나 중대한 실책 하나만으로도 경기는 얼마든지 기울 수 있다. 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와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총장 한 사람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 직원과 행정조직 모두다. QS 지표 개선은 특정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구성원 간의 장기적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이번 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방향을 분명히 설정한 리더십은 조직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구성원들에게 참여의 통로를 열어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출발을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두지 않고 공동의 과제로 확장하는 일이다. 우리대학이 긴 시즌을 버텨낼 수 있는 ‘원 팀(One Team)’이 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의 수비를 다하고 필요한 순간만이라도 타석에 서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QS에서 QS로의 이동은 시작되었다. 다음 이닝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이상빈(영어통번역학과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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