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꿈을 꾸는 것만 같아요…’ 아무도 모르는 나의 벨기에 이야기

등록일 2026년04월01일 17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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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많은 이들이 왜 네덜란드어과인데 벨기에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느냐 묻곤 한다. 나 또한 네덜란드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늘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남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흥미를 찾으며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학과 수업에서는 네덜란드에 관한 내용은 자주 다루지만 같은 네덜란드어권 국가인 벨기에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다고 느껴 호기심도 생겼다. 이에 난 표준 네덜란드어보다 네덜란드어의 사투리격인 플레미시(Flemish)를 배우고자 벨기에 교환학생을 결심했다.

 

내가 교환학생 중 생활했던 도시인 루벤(Leuven)은 외국인 학생이 생활하기에 매우 적합한 도시였다. 거주자 상당수가 외국인 유학생이고 지역 주민들 또한 외국인에게 호의적이라는 점은 내가 현지에 적응하는 데 있어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게다가 매일 아침 붐비는 서울의 인파 대신 지저귀는 새소리와 여유로운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니 삶의 만족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다만 우리나라만큼의 편리함은 없었다. △기차 지연△느린 행정 처리 속도△비싼 물가로 인해 부담스러운 배달음식은 벨기에 적응 과정에서 분명한 난제였다. 그러나 쾌청해진 생활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벨기에는 외유내강의 매력을 지닌 국가다. 북쪽의 네덜란드나 남쪽의 프랑스처럼 관광 산업이 발달한 국가는 아니지만 한 국가 내 공존하는 두 개의 언어권이라는 점이 외국인들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수도인 브뤼셀만 해도 북부 지역임에도 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어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언어 장벽은 원활한 소통에는 방해가 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는 한 나라 안에서 또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벨기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론 친구들과 함께한 할로윈 파티를 꼽고 싶다. 파티에서 입을 의상을 고민하던 중 친구가 오징어 게임의 병정 복장을 추천했고 국적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 난 핑크색 병정 복장과 장난감 권총을 준비해 파티에 참여했고 덕분에 그날만큼은 출신 국가를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인생 첫 할로윈 파티를 후회 없이 즐긴 순간이었다.

 

사실 교환학생 기간 동안 배운 것이 거창하진 않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깨달음△유럽을 여행하며 느낀 세상의 넓이△친구들을 웃기기 위해 찾은 몇 마디 영어 표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경험들이 삶의 태도를 바꾸기도 한다. 교환학생이라는 선택 자체는 큰 결정일 수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 부딪히며 쌓아가는 작은 경험들이 결국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학교처럼 외국어 타이틀을 가진 대학에 다니면서도 여전히 외국인과의 대화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있다. 나 역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문화△언어△피부색만 다를 뿐 결국 같은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찰나가 비로소 세상을 만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학우들도 그 눈부신 순간을 꼭 경험하길 바란다.

 

 

오세권(서양어·네덜란드어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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