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린다(リンダ) 린다 린다’를 보고] 밴드 하지 않을래?

등록일 2025년06월04일 15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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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를 며칠 앞둔 일본의 어느 고등학교 경음악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기타 연주자가 손목 부상을 당하고 보컬(Vocal)과 함께 밴드(Band)를 탈퇴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남은 △드럼(Drum)△베이스(Bass)△키보드(Keyboard)의 세 명은 공연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원래 키보드 담당이었던 케이(恵)는 기타 연주에 도전하고 밴드는 새로운 보컬을 구하기 위해 학교 안을 수소문하고 다닌다. 그러던 중 복도를 지나가던 한국인 유학생 ‘송’을 붙잡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밴드 하지 않을래?”라고 제안한다. 일본어에 아직 서툰 송은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일본어 “네(はい)”로 대답해 버린다. 문화제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일뿐이다. 네 명의 여학생들은 전설적인 80년대 일본 밴드 ‘블루하츠(ブルーハーツ)’의 노래로 무대에 서기로 한다. 그리고 ‘블루하츠’를 한국어로 직역한 ‘파란 마음’이란 이름 아래 밴드를 결성한다. 서툴고 어색했던 그들은 음악을 통해 천천히 연결돼 간다. 문화제 당일 ‘파란마음’은 낮잠을 자느라 공연에 지각하는 소동도 겪지만 무사히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린다 린다 린다’는 직접 겪어보지 않은 청춘에 대한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청춘 영화의 전형적 요소인 사랑이나 극적인 갈등을 다루기보다 진솔한 감정을 담은 담백함을 추구하며 우정과 음악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무대 뒤 긴장감△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드는 과정△청소년기 누구나 겪는 불안과 희망이 조용히 스며드는 영화다.

 배두나 배우가 연기하는 유학생 송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송은 문화제에서 한일문화교류 코너를 마련하지만 관심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설정은 다소 외롭게 놓인 송이란 등장인물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그 존재감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영화는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음악과 우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단 메시지를 전한다. 일본어가 서투른 송이 합주를 통해 점차 곡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은 작은 문화 차이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성장 이야기로도 다가온다. 

 

밴드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기타리스트(Guitarist)였던 제임스 요시노부 이하(James Yoshinobu Iha)의 주제음악과 블루하츠의 곡들이 어우러진 사운드는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끌어낸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들의 연주는 계속된다.

 

 

윤고은 기자 10goe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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