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이(아시아인도 02) 기자는 지난 2007년 SBS 15기 공채 기자로 입사해 현재 보도본부 국제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 당시 특파원으로 파견돼 체르니우치(Chernivtsi)와 루마니아(Romania) 등지에서 취재 활동을 했다. 특히 우리나라 기자론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르비우(Lviv)를 취재하며 해외 전쟁 지역에 최장기간(33일) 체류했다. 또 전쟁의 참혹한 현실과 반인륜적 범죄를 고발한 공로로 제20회 한국여성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다양한 취재 활동을 이어가는 장선이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우리학교 인도어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와 행정학을 이중전공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인도어과를 선택한 것은 당시 BRICS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전공을 살리진 못했습니다. 행정학과를 이중 전공한 이유는 언론인으로서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경제△사회△정치 정책 등을 다루는 기사를 쓸 때 행정학 지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어요.
Q2. 우리학교 재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는 학창 시절 학과에선 비교적 조용하게 지냈습니다. 사실 대학입시 삼수를 했기 때문에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부지런히 졸업해 빨리 사회에 나가야겠단 생각이 강했어요. 경제적인 부담도 있었고요. 동아리 활동도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못 했던 게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다만 오래전부터 기자를 꿈꿨기 때문에 3학년 때부턴 교내외 학생들과 언론사 입사를 위한 스터디를 열심히 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죠.
Q3. 학창 시절 때부터 기자가 되기를 희망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기자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아버지가 신문사 기자로 일을 하셨거든요. 어릴 때부터 늘 집에 신문이 있었고 아버지가 취재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기자란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또 제 성격 자체가 “왜 저런 일이 벌어졌지?” “저게 정말 사실일까?” 이런 식으로 궁금한 게 많았어요. 세상일과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특히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기자로서 일을 하면 평생 좋아하며 할 수 있겠단 확신이 들었습니다.
Q4. 기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기자 준비생으로서 해보면 좋을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어릴 때부터 글쓰기는 어느 정도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 입사는 엄연히 시험이잖아요. 그래서 체계적으로 시험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변 선배들의 도움으로 3학년 때부터 스터디를 꾸려 함께 글을 쓰고 토론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제가 입사하던 20여 년 전엔 지금처럼 언론사 인턴쉽(Intern Ship)제도가 다양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기회를 찾아 나섰죠. 당시 스포츠지들이 명예기자 형식으로 대학생들을 뽑아 기사 쓰는 훈련을 시키고 실제 지면에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어요. 저는 스포츠조선 명예 기자로 활동하며 실제 언론사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웠고 그곳에서 다양한 언론사 지망생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었어요. 또 MBC 100분 토론 시민논객으로 1년간 활동한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매주 특정 주제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한 번은 출연자가 과거에 했던 발언과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을 발견해 그 부분을 지적했더니 화제가 됐어요. KBS 뉴스에서 ‘토론자 못지않은 시민논객’이라고 소개되기도 했고요. 이런 식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언론 관련 경험을 부지런히 찾아서 도전했던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도 이런 적극적인 자세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Q5. 지금까지 보도하신 사건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가장 최근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현지 취재입니다. 그중에서도 피란민 정착촌에서 만난 10살 소녀 베로니카(Veronica)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Донецька область)가 고향인 이 아이는 러시아군의 집속탄 공격으로 집을 잃었는데도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저에게 “전쟁이 정말 일어난 일이니까 한국에 꼭 알려달라”고 부탁했거든요. 그 순간 전쟁이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현실이란 점과 미래 세대에게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리고 수습기자 시절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은데 지난 2008년 쌍용차 노조 파업 취재도 빼놓을 수 없어요. 당시 금융위기로 쌍용차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전체 근로자 37%를 구조조정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반대하는 노조와 77일간 갈등이 이어졌어요. 저는 평택 현장에서 몇 개월씩 교대로 취재했는데 그곳에서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직접 목격하며 기자로서 처음으로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눈으로 보는 것이 진실일까?’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담아야 올바른 기사가 될까?’ 등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Q6. 지난 2022년 러우 전쟁 당시 특파원으로 파견돼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와 루마니아 등에서 취재 활동을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특파원 임무를 맡게 되셨나요?
사실 기자가 되기 전부터 종군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걸프전(Gulf War)을 보도하는 종군기자들을 보며 ‘전쟁이란 무엇일까?’ ‘기자가 되면 그런 현장을 실제로 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신 아버지의 경험담을 들으면서도 전쟁 현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고요. 그래서 회사에서 우크라이나 취재 인력을 모집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아버지의 반응이 달랐어요. 평소 제 선택에 한 번도 반대하신 적이 없었던 분이 “그 취재 안 가면 안 되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주변에서도 “무섭지 않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고요. 저는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이라 비교적 안전한 곳이에요. 별일 없을 거예요”라고 말씀드렸는데 아버지께서 “네가 전쟁을 아니? 예측할 수 없는 게 전쟁이야. 전장에는 적군과 아군이 있지만 희생에는 적과 아군이 없는 거다”라고 하시더군요. 베트남 전쟁을 직접 경험하신 분의 말씀이라 무게가 달랐지만 그래도 기자로서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다행히 지난 4월 12일부터 33일간 취재하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Q7. 특파원 취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나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르비우에서 취재한 전사군인 장례식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11일 오후 3시 르비우 시청 앞 성당에서 고향을 떠나 전사한 군인의 합동 장례식이 열렸는데 그곳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의 관에 어머니가 입을 맞추는 모습을 봤습니다. 함께 간 영상취재기자와 같이 울었습니다. 아이 둘을 둔 엄마로서 그 심정이 너무 이해됐고 가슴이 아팠어요. 또 하나는 전쟁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은 때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여성변호사협회에서 만난 해리스티나(Χριστίνα) 대표를 통해 러시아군의 성폭력 범죄 실상을 들었는데 빙산의 일각만 드러났지만 굉장히 끔찍한 범죄가 있었단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전쟁이란 것이 단순히 군인끼리 싸우는 게 아니라 가장 약한 사람들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취재하며 정말 화가 났고 이런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정확하고 생생하게 전쟁의 실상을 알려야겠단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Q8. 지난 2023년 ‘우크라이나 르비우 지역의 전쟁 참상’을 보도하며 제20회 한국여성기자상을 수상하셨는데 당시 소감이 궁금합니다.
평생 단 한 번 수여되는 상이고 여성 기자라면 꼭 받고 싶은 버킷 리스트(Bucket List) 같은 것이라 정말 영광스러웠습니다. 심사위원회에서 “현장 취재의 진수를 보여준 수작이다”고 평가해 주셨고 “해외의 전장에서 한국 기자로는 최장기간 체류하며 전쟁의 참혹함과 반인륜적 성폭력 범죄를 치열한 기자 정신으로 고발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갔던 보람을 느꼈습니다. 특히 베로니카처럼 전쟁의 실상을 한국에 알려달라고 부탁했던 우크라이나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킨 것 같아 뿌듯했어요.
Q9.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난해 1년간 프랑스 파리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연수 기간에 프랑스 그랑제꼴에서 기후와 환경 관련 석사 과정을 수료했어요. 운이 좋게도 이런 기회를 얻게 됐는데 앞으로는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 싶습니다. 물론 여전히 현장 취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어요. 기자로 있는 동안엔 현장을 뛰고 싶고 어디든 현장에 가야 한다면 언제든 손을 들 거예요. 전쟁 보도 준칙과 대비 시스템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 분쟁지역 전문기자 양성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Q10. 기자 혹은 언론인을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언론사 관련 경험을 부지런히 찾아서 했던 것처럼 후배들도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으시길 바라요. 스터디를 통해 글쓰기와 토론 연습을 하고 인턴 기자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꼭 언론사가 아니어도 모든 다양한 경험이 자산이 됩니다. 무엇보다 세상일과 사람들에 대한 관심 그러니까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제 딸이 기자를 한다면 말리고 싶어요.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요. 언론 환경이 많이 어려워졌고 현장에서 뛰는 일이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기자가 되고 싶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한영빈 기자 09young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