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조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이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을 두고 노동계는 헌법상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입법이라며 환영하는 반면 경영계는 불법 파업 조장과 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관련 효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노란봉투법의 법적 쟁점들과 앞으로의 사회적 과제를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정 교수와 알아보자.
Q1. 노란봉투법의 입법 논의가 시작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경영상 어려움을 겪던 쌍용자동차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했고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이를 파업으로 맞섰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파업을 불법으로 판단했고 쌍용자동차는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생산 차질 등으로 발생한 47억 원의 손해에 대해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조합원 개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는 노조 탄압이라는 사회적 비판을 야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시민이 과거 월급봉투를 의미하던 노란 봉투에 4만 7천 원을 담아 “보태 써달라”며 언론사에 보냈습니다. 이 사연이 보도되며 노동자들을 돕자는 시민운동이 일어났고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Q2.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노동쟁의 대상의 확대△사용자의 범위 확대△손해배상 책임의 제한이 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사용자의 정의가 넓어진 것입니다. 이전엔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만을 사용자로 봤습니다. 그러나 이젠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하청업체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원청업체도 사용자로 인정됩니다.
나아가 파업과 같은 노동쟁의의 대상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과거엔 임금 인상이나 복지 시설 확충처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문제로만 파업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의 △구조조정△인수 및 합병△해외 투자와 같은 경영 판단에 관한 사안에 대해서도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며 파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파업으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방식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우선 정당성이 인정될 때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활동의 범위가 기존의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서 더 넓은 개념인 ‘노조활동’ 전반으로 확대됐습니다. 또한 법원에서 파업이 불법으로 인정되면 파업을 주도한 개인의 △역할△지위△책임의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배상액을 달리 정하게 됩니다.
Q3. 노란봉투법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가져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노란봉투법은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인 원청 및 하청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수백 개의 하청업체를 둔 대기업이 하청 노조의 파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며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국내 대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 및 해외 투자 확대와 외국계 기업의 국내 투자 철수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반복되는 파업과 노무 관련 위험을 피하고자 기업들이 공장 자동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되면 결국 제조업의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는 단순히 노사 관계를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 전반에 걸친 문제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Q4. 노란봉투법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핵심 논리가 궁금합니다.
노동계는 원청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와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반면 경영계는 해당 법안이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파업을 조장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어렵게 만들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Q5. 노란봉투법이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고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원칙에 어긋난단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한가요?
일반적으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러 손해를 끼쳤을 경우 민법은 가해자 모두에게 연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는 부진정연대책임*을 적용합니다.이전까진 불법 파업이 발생하면 회사는 이 원칙에 따라 노조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액 전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하지만 노란봉투법은 각 개인의 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합니다.즉 파업 주동자인지 단순 참여자인지 등 △가담 경위△역할△지위에 따라 배상액이 달리 정해져야 하는 것입니다.이러한 변화는 회사가 불법 파업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어도 그 책임을 입증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게 만듭니다.손해배상 청구 절차가 까다로워져 기업이 손실을 보전받을 권리 즉ᅠ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이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됩니다.
Q6. 현재 노란봉투법의 노동쟁의 개념 확대가 경영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학술적 견해가 궁금합니다.
과거엔 파업과 같은 노동쟁의가 임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만 한정돼 정당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실제로 과거 쌍용자동차 파업이 불법으로 판정된 핵심적인 이유도 파업의 목적이 당시엔 정당한 쟁의 사유로 인정되지 않던 경영상 판단에 해당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기준을 변경해 △구조조정△사업부 해외 이전△인수 및 합병과 같은 경영 판단에 관한 사안까지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포함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론 회사가 사업 축소나 공장 이전과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반드시 응해야 될 수도 있으며 이를 거부할 시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기업의 신속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제동이 걸려 전체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Q7.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여전히 법원의 해석에 따라 그 실효성이 좌우될 것이란 의견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보시나요?
이러한 의견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법의 핵심 조항이 추상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용자 범위를 정의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표현입니다. 어떤 경우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호성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하청노조의 정당한 단체교섭을 원청이 거부할 경우 이는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노란봉투법은 형사처벌을 전제하고 있는 만큼 그 기준을 명확한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소위 ***죄형법정주의를 대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처럼 불명확하고 애매한 규정을 전제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해당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Q8. 노란봉투법이 우리나라 노동 현장에 직접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기업의 고용 및 계약 형태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질적 지배력’의 근거를 없애기 위해 특정 원청에 전적으로 종속된 영세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피하고 여러 기업과 동시에 거래하는 대형 용역업체를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청소나 시설용역과 같이 영세한 용역업체가 특정회사에 거의 종속되어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소위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여러 회사의 용역을 하는 대규모 용역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영세한 하청기업이나 용역업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목적과는 반대로 오히려 영세 하청업체 및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Q9. 노란봉투법이 노동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시행되기 전 6개월 동안 어떤 정책적 보완과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기존의 노동관계 법제와 충돌하는 지점에 대한 고려 없이 법안이 통과됐다는 점은 향후 현장에서의 혼란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와의 충돌 문제입니다. 현행 제도는 단일 사업장 내에 복수의 노조가 존재할 경우 발생하는 교섭의 비효율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된 장치입니다. 노란봉투법에선 원청을 상대로 수많은 하청업체 소속 노조가 동시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는데 다수의 기업에 걸친 교섭 단위를 어떻게 단일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 규정은 없는 실정입니다. 이는 개정안의 안정적인 현장 적용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따라서 법 시행 이전에 이와 같은 절차적 혼란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부진정연대책임: 여러 명의 채무자가 동일한 내용의 채무에 대해 각자 독립적으로 전부 이행할 의무를 지는 법적 관계
**부당노동행위: 사용자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죄형법정주의: 어떤 행위가 범죄인가 아닌가 또는 그 범죄에 대하여 어떤 형벌을 내릴 것인가 하는 것은 법률에 의해서만 정할 수 있다는 원칙
윤고은 기자 10go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