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의 꿈

등록일 2025년12월03일 14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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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모다. 내가 가진 모난 구석은 가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내가 가진 역량을 필요한 곳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 사회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네모난 내가 가진 목표. 그것이 바로 네모의 꿈이다.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단과대학 학생회장을 지내고 이후 2년간 학보사에서 일하며 편집장으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었지만 어찌됐든 시간은 흘러갔고 돌이켜보니 어느새 길의 끝에 와있다. 처음 정기자가 됐을 때 스스로 필력이 부족하단 점을 인지했기에 처음부터 다시 쌓는단 마음으로 펜을 잡았고 시간이 흐르니 그 실력을 인정받아 편집장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자리이지만 그만큼 어깨가 무거웠다. △수많은 인터뷰△작업물 분배△각종 재정 문제 처리△가장 힘들었던 총장 선거 취재까지. 돌이켜보면 이번 학기만큼 바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느냐 물어본다면 나는 나를 믿고 함께 작업을 진행한 우리 훌륭한 기자들 덕분이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단순히 명령과 복종의 관계가 아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서로의 글에 가감없이 피드백을 주는 관계. 이런 선순환적 고리가 이번 해 외대학보의 성공에 큰 도움을 준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자성(自省)하자면 나를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의 의중을 살필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말로 나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다.

 

개인은 반드시 오판을 한다. 그렇기에 주변인들의 발언을 잘 수용하고 자신의 결정을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는 특히 단체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을수록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그러나 당장 격주 단위로 다가오는 마감과 조판을 해내야 했기에 점점 구성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줄어들었고 어쩌면 조금은 독단적으로 행동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이끈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아주는 것△모두가 화합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은 리더의 자질을 나타내는 지표에 해당하는 일이다. 리더의 자리에 오래있었고 나름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고 자부함에도 이는 여전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최선의 결과가 도출됐을 때 리더는 스스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된다. 이번 학기가 특히 나에게 그러했고 이 일련의 경험들이 다가올 나의 도전에 큰 거름이될 것임을 확신한다. 

 

앞으로의 외대학보가 어느 길로 갈지는 모르겠다. 뉴 미디어의 발달로 전통 지면 매체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단체들이 으레 그러하듯 언젠가는 모종의 위기로 힘든 시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있을 그 암흑기 속에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진심을 다해 눌러쓰며 남겨둔 발자취가 등불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나와 함께 해준 모든 동료 기자에게 감사를 전하며 학보에서의 마지막 글에 마침표를 찍는다. 앞으로도 학보의 명맥을 이어나갈 모든 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승원(외대학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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