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지난 2023년부터 전문 지식과 융합 학문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이크로디그리(Micro Degree) 제도를 도입했다. 매 학기 1월 및 7월마다 마이크로디그리 수강 신청이 열리고 있지만 △구체적 내용의 인식 부족△양 캠퍼스(이하 양캠) 공통 과목 부족△캠퍼스별 계열 쏠림 현상△수요 기반 개설 과목 부족 문제들로 인해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선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에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의 현황△마이크로디그리 제도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의 현황
마이크로디그리는 학위 과정과는 별도로 △미네르바 교양 대학△부서 및 학제△전공학과학부 간 지정된 최소 학점을 이수하는 모듈(Module)형 교육 과정이다. 마이크로디그리는 이중 전공 및 부전공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비학위 과정이며 졸업 요건과는 무관하다. 마이크로디그리는 최대 3개까지 신청 및 이수할 수 있으며 각 마이크로디그리에서 제시하는 교과목 이수 조건을 충족할 시 이수 완료가 가능하다. 우리학교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엔 △교육 수요자 맞춤형 마이크로디그리△사회수요 맞춤형 마이크로디그리△외국어계열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이 개설돼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실제로 이수하고 있는 학생 수는 졸업 필수 과정 신청자에 비해 적은 편이다. 우리학교 학사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에 따르면 현재 해당 제도를 이수하고 있는 학생은 올해 1학기 기준 175명이다. 학종지는 “정규 학위 과정이 아닌 모듈형 교육 과정인 만큼 이중 전공이나 부전공 같은 졸업 필수 과정 신청자 수보단 적은 편이다”고 밝혔다. 지난달 23~28일 외대학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본 과정을 실제로 이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응답자의 19%에 그쳤다. 이처럼 다수의 학생이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론 ‘졸업하기 전 마이크로디그리 이수까지 마치기엔 부담스러워서’가 50%로 응답자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후론 △‘마이크로디그리 제도 자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마이크로디그리의 이수가 실질적인 이점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캠퍼스 내 개설 과목이 한정적이어서’ 및 ‘마이크로디그리 내 이수 교과목이 한정적이어서’△‘이수를 원하는 과목이 개설돼 있지 않아서’ 순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의 문제점
핵심적인 문제는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구체적인 인식 부족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이크로디그리를 알고 있냐’는 질문엔 응답자의 76.2%가 ‘예’라고 답했다. 반면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의 △신청 가능 개수△신청 가능한 과목△신청 가능 시기△신청 자격△의미에 관해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엔 △‘매우 잘 알고 있다’ 23.8%△‘조금 알고 있다’ 19%△‘보통이다’ 23.8%△‘잘 알지 못하고 있다’ 14.3%△‘매우 잘 알지 못하고 있다’ 19%로 나타났다. 마이크로디그리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3개 이하로 알고 있단 응답자의 비율이 50%를 넘는 실정이다. 우리학교 재학생 정지윤(서양어스페인 24) 씨는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외대학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다”며 “많은 학생이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에 대해 거의 알고 있지 않기에 학생들에게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양캠에서 공통으로 열리는 마이크로디그리 과목의 개수가 적은 것도 문제다. 우리학교는 올해 1학기 기준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에선 14개의 마이크로디그리 과목이 개설돼 있고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엔 17개의 과목이 개설돼 있다. 하지만 양 캠에서 공통으로 열리는 과목은 ‘국제무역경영’ 및 ‘유럽고전 미술사’로 단 2개뿐이다. 특히 캠퍼스별로 개설된 과정이 상이해 본인이 이수하고자 하는 과정을 신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단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어△일본어△중국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전문가 과정은 글캠에만 개설돼 있어 설캠 학생들이 마이크로디그리로 선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현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이수 중인 우리학교 재학생 김도현(아시아마인어 24) 씨는 “언어 전문가 양성 트랙이 글캠에만 있어서 신청을 포기했다”며 “설캠에도 다양한 언어 과정이 개설되면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고 밝혔다. 설캠에도 △스페인어과△일본학대학△중국학대학이 존재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과정이 글캠에서만 수강 가능하도록 제한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학종지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과정은 글캠 소속 학과인 △스페인어통번역학과△일본어통번역학과△중국어통번역학과에서 개설한 마이크로디그리기 때문에 이수에 필요한 교과목이 글캠 교과목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캠퍼스별 계열의 쏠림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설캠엔 △외국어△외교△브랜딩(Branding)△심리학 등 외국어 관련 과목이 다수 개설된 반면 글캠엔 △자연어 처리△통계△금융 및 경영 등 공학과 실용 과목 중심의 과목으로 종류가 쏠려있는 편이다. 마이크로디그리의 경우 이중 및 부전공 등을 선택하기 전 전공 탐색을 위해 선택하기 위한 목적인데 하나의 캠퍼스에 특정 계열의 과목들이 쏠려 있다 보니 전공 진입 전 실제 경험을 위해 수강하는 실효성은 부족한 편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캠퍼스 내 개설 과목이 한정적이어서’를 마이크로디그리를 아직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꼽은 비율은 응답자의 16.7%를 차지했다.
수요 기반 전공 개설이 부족하단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종지에 따르면 현재 마이크로디그리를 개설한 학과 및 학부에서 선정한 과목이 개설됐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학교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은 수요 기반이 아닌 관련 학과에서 개설한 교과목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우리학교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 측은 “학생들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경 계열 강의 개설이 이뤄지지 않은 현실은 명확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례로 상경 계열과 관련된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의 경우 ‘금융기관 및 무역 경영’과 ‘국제무역경영’ 2개의 과목에 불과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참여율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유인책을 동반한 홍보가 필요하다. 인하대학교의 경우 마이크로전공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전과 연계 및 다중 전공 연계에 도움이 되는 실효성 있는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AI & Data Science 과목을 마이크로전공으로 이수할 경우 컴퓨터공학과 복수부전공 선발 시 2%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아울러 역시 컴퓨터공학과 전과 시 본 마이크로전공을 이수하고 B 학점 이상을 받을 때 가산점을 부여해 마이크로전공 선택을 장려하고 있다. 반면 이와 같은 유인책에 관해선 학종지는 “이점을 주는 방식은 해당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감점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학종지는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기반으로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을 구성해 이중 전공으로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며 현 마이크로디그리 제도를 원하는 학생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덧붙였다.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의 홍보와 관련해 설캠 총학 측은 “마이크로디그리의 참여 장려를 위해 △마이크로디그리 제도 설명회△마이크로디그리 후기 공유△카드 뉴스(Card News) 등의 홍보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자유전공학부 및 무전공 모집 학생을 위한 진로 설계와 연계한 홍보 전략의 기획을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양캠 복수 강의 추가 개설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계절학기 강의를 활용한 마이크로디그리 과목 증설에 관해 학종지는 “해당 마이크로디그리를 개설한 학과의 판단에 따라 계절학기 개설 여부가 결정된다”며 “마이크로디그리 이수 교과목의 계절학기 수강을 계획 중인 경우 해당 학과에 미리 문의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캠퍼스별 계열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온라인 강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설캠 총학 측은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Hybrid)형 공동 운영 방식이 해답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설캠 총학 측은 “설캠 총학 혁신위원회 교육권리분과위원회는 공간 부족과 수강 편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병행 강의와 공통 운영 체계를 추진하고자 논의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수요 기반 마이크로디그리 과목의 개설도 필요하다. 수요 기반 마이크로디그리 개편과 관련해 설캠 총학 측은 “수업 개설 여부를 학과의 재량으로만 두기보단 학교 본부와 교무처가 본질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그 구조적 계기를 만드는 면담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또한 설캠 총학 측은 “마이크로디그리의 행정적 정착을 위해 △수강 신청 체계△통합 안내 시스템(System)△행정 인프라(Infra)△홍보 측면에서 개선 요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종지는 “△마이크로디그리 운영 위원회 신설△마이크로디그리 신청 시스템 및 캠퍼스 간 교차 수강 신청 기능 개발△이수학점 확인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과 운영 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디그리 제도가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선 학교와 학생 사회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학교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한다.
김은희 기자 10kimeunhu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