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우리학교 4학년 수강신청에서 시스템(System) 및 홈페이지(Homepage) 접속 오류로 약 450명의 학생이 피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이하 설캠 총학)은 악성 매크로(Macro) 사용으로 인해 수강신청 진행 중에 피해 사례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총학은 즉시 피해 사례를 취합하고 학교 측에 강력히 개선을 요구했다.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하 에타) 설캠 자유게시판엔 여러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라왔지만 본부 측에선 공식적인 구제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본 기사를 통해 △수강신청 피해 대응 현황 및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수강신청 피해 대응 현황 및 문제점
지난달 4일 4학년 수강신청에서 발생한 피해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째는 수강신청 시스템의 과부화로 인해 정상적인 수강신청이 불가능했던 경우다. 두 번째는 수강신청 권한 제한으로 시스템 접속 자체가 차단된 경우다.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외대학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1.4%의 학생들이 해당 문제에 대한 학교 대응이 “매우 미흡하다”라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론 △공식 사과 부족△기술적 재발 방지 대책 부재△불투명한 가해 학생 징계을 꼽았다. 첫 번째 유형의 피해를 입은 강채연 (사회정외 20) 씨는 “원했던 전공 필수 과목을 신청하지 못했지만 졸업해야 하기에 비인기 과목으로만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피해 학생 구제 여부다. 이에 대해 설캠 총학은 “학교 측의 피해자 구제가 소극적이다”고 비판했다.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무려 85.7%의 피해 학생들이 “공식 사과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구제 방안과 관련해서도 학생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는 “서버(Server) 기록이 덮어쓰기 구조이기에 정확한 피해 학생 명단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안타깝지만 명단 확보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 학생 공식 구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는 매크로 사용이 확인된 학생들의 수강신청 기록을 당일 즉시 삭제해 부정행위에 따른 강의 수강이 이뤄지지 못하도록만 한 상황이다. 즉 피해 규모는 크지만 피해자를 특정할 기술적 장치가 없는 것이다. 피해 학생 A 씨는 “명확한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학교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와 같이 피해 학생들은 여전히 △졸업 요건 미달△필수 과목 수강 실패△학업 계획 차질 등의 피해를 겪는 실정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수강신청 대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해 학생들은 “매크로 사용 학생에 대한 징계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제도적 개선과 학교 측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처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피해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 구제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정규학기 내 졸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경우 필수 과목을 제때 신청하지 못하면 학위 취득이 지연될 수 있어 학업과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 피해 학생 B 씨는 “졸업 학점을 채우지 못해 심리적인 부담이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졸업 학기의 학생을 위한 증원 정원을 늘려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학종지는 해당 문제에 대해 졸업 대상자의 경우 각 학과의 관례적인 조치가 있기에 학과 사무실에 증원을 신청해 보는 것을 권고한다”며 “총학의 요구에 따라 각 학과에 협조 요청 내용이 포함된 공문 발송이 완료된 상황이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시스템 안정화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매크로 문제는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다. 피해 학생 C 씨는 “재발 방지를 위해선 서버를 전면 점검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으며 학종지는 “해당 문제 보완을 위해 다음 해 1학기부터 사전 수강신청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사전 수강신청 제도는 기존 선착순 방식이 아닌 학생 수요와 학업 계획을 기반으로 과목 배정을 진행해 과도한 접속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높이는 제도이다.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타 대학의 선행 사례도 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마일리지(Mileage) 선택제를 도입해 수강신청 시 발생하는 △과열 경쟁△서버 다운△수강 과목 매매 등의 문제를 개선했다. 마일리지 선택제는 학생에게 학기당 수강 가능한 학점의 4배의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학생은 개별 과목 수강을 희망하는 정도에 따라 과목별로 마일리지를 배분하는 제도이다. 마일리지는 학기당 주어지는 일종의 ‘배정점수’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에 더 많은 마일리지를 투자하면 해당 과목을 수강할 확률이 높아져 과열 경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크로 사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학교 측의 대응에 대해 가장 아쉽게 여긴 부분은 진정한 사과와 책임감 있는 태도의 부재였다. 서버 과부하나 기술적 한계의 경우 불가피한 문제지만 학교 측에서의 책임 인정과 공식적인 사과가 부족하단 것이 이해하기 어렵단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학교 측에 대해 강 씨는 “몇 년간 반복된 사태란 이유와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단 이유로 사과를 회피하는 것은 책임 회피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매크로 사용자 징계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 구제△시스템 구조 개선△학교 측의 공개적 책임 인정 등이 포함된 종합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다. 총학은 “향후에도 협의 과정을 학우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고 전했다. 우리학교가 책임감 있는 태도를 바탕으로 모두의 학습권이 보장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채연 기자 11chaey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