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대학들은 ‘그린 캠퍼스(Green Campus)’ 정책을 통해 친환경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에너지 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학생들의 환경 문제 해결 의지와 참여가 높아지며 대학은 단순 교육 기관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핵심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대학 내 친환경 정책과 실천 현황△지속가능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과 도전 과제△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대학 내 친환경 정책과 실천 현황
우리나라 대학들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지원 아래 ‘그린캠퍼스’ 조성을 위한 다양한 친환경 정책과 실천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1년부터 대학의 친환경 캠퍼스 조성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40여 개 대학에 예산과 기술지원을 해왔다. 또한 지난 2022년엔 △경상대학교△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광주교육대학교△중원대학교△한신대학교 5개 대학을 탄소중립 캠퍼스 실천 대학으로 선정해 3년간 총 18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에너지관리시스템 도입△탄소중립 선언△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 등 국제적인 친환경 기준에 맞춘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국립공주대학교를 포함한 충청남도(이하 충남) 소재 대학 7개 대학은 지자체와 공동 협약을 맺으며 △고효율 친환경 건물 도입△다회용기 확대△일회용품 사용 절감 등 지역 사회 연계형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설 뿐 아니라 캠퍼스 전체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모델(Model)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직원 주도 그린캠퍼스 프로그램△지역 사회와 협력한 친환경 문화 확산 캠페인△학생들의 자발적 환경동아리 활동 등 구성원 중심의 실천 프로그램이 활발히 확산되고 있다. 서울권 대학에서도 △그린캠퍼스 홍보대사 운영△빗물 재활용 시스템△태양광 발전 시설 등 다양한 친환경 실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2030년까지 CO2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하는 중장기 목표를 설정했다. △고려대△연세대학교△한양대학교 등은 △국제 환경 인증△건물 온실가스 인벤토리(Inventory) 구축△지역 사회 개방형 캠퍼스 모델 등을 통해 지역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우리나라 그린캠퍼스 정책은 단순 시설 개보수와 에너지 절감에 그치지 않고 대학 내 구성원들의 친환경적 인식과 참여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녹색 캠페인△생태 탐방△지역 연계 교육△친환경 생활 체험△환경동아리 지원 등 실천적 활동이 정착되고 있으며 그린캠퍼스 홍보대사 프로그램과 대학별 우수 사례 포상제도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의 그린캠퍼스 정책 추진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그린캠퍼스 추진현황 연구 - 관련 제도 고찰과 전국 대학교의 그린캠퍼스 추진실태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들의 실천 정도가 평균 22.3%에 불과했다. 해당 논문은 그 이유로 △예산 부족△전문 인력의 부재△제도적 지원 미비 등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지속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종수 한국지속가능캠퍼스협회 회장은 2022년 대학저널 인터뷰에서 “대학 내 체계적인 환경 교육 프로그램 강화와 구성원의 인식 개선 노력이 대학 친환경 정책의 성공 열쇠”라고 강조하며 “전담 부서 신설과 장기적인 그린캠퍼스 전략 수립이 이뤄져야 하며 국제 환경 인증과 디지털 평가 시스템 도입을 통해 추진 실적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우수 사례를 확산하는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과 도전 과제
대학은 단순한 교육 기관을 넘어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실천△연구△정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와 교육부 공동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기후정책 전문가△에너지 관리 시스템△환경공학 분야가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 및 친환경 기술 개발에 힘을 쏟으며 △공공 캠페인△대학 연구소△지역 사회를 통해 그 효과를 확산시키고 있다. 충남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 따르면 충남권 대학들은 협약에 따라 대학별로 지속가능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직원과 학생이 △건물△급식△소비구조△행사 등 실생활 전반에 친환경 실천을 적용시킨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빗물저금통△지열냉난방△태양광 발전소 등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와 환경교육 공모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와 같이 대학 내 지속가능성 및 에너지 관리 부서가 △데이터화△온실가스 감축△에너지 효율화를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사례는 큰 시사점을 준다. 베를린자유대학교는 2020년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건물△교육△네트워킹△에너지△폐기물 및 활동 등을 포함한 대학 내 10여 분야에서 △녹색 리모델링△에너지 모니터링(Monitoring)△자연순환 냉방△지열 및 빗물활용△태양광 발전까지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 독일의 트리어대브리켄펠트 환경 캠퍼스(Umwelt Campus Wirkenfeld)는 대학 전체 에너지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하며 탄소중립 대학의 대표적 롤모델(Role Model)이 되고 있는데 이는 2021년 독일 연방환경청 보고서에서 강조된 바 있다.
국내 대학 그린캠퍼스 정책의 한계를 분석한 허필윤 박사와 이용숙 교수는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선 대학 운영진의 확고한 의지와 함께 정부와 지역 사회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아울러 정책 실행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전담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견해는 지난해 발표된 ‘지속가능한 캠퍼스의 가능성과 한계: K대학교 그린캠퍼스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해당 연구는 국내 대학의 그린캠퍼스 추진 과정에서 기반 시설 확대뿐 아니라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와 체계적 교육이 중요한 요소임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대학의 친환경 정책과 실천은 기후 위기 시대에 필수 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 △대학△정부△지역 사회는 △전담 조직 확대△전문 인력 양성△중장기 그린캠퍼스 로드맵 수립 등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충남권 대학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국제 환경 인증 및 평가제 도입△지역 기반 협력사업△학생 주도 환경 및 에너지 프로젝트 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관련 사업에 대한 여러 투자 또한 필요하다. 예산 및 제도 지원 강화는 △대학 현장 내 에너지 관리 시스템 고도화△친환경 캠퍼스 실적 투명성 확보△탄소중립 선언의 구체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생태 탐방로△자원순환 교육△친환경 급식△캠퍼스 내 체험학습장 등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지역 사회가 직접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교육과 거버넌스(Governance) 확대가 필요하다.
나아가 △국내외 대학과의 공동연구△글로벌 환경 평가 및 인증제△해외 우수 사례 도입 등을 통한 국제 협력과 산학연계 또한 이뤄져야 한다. 일련의 협력은 지속가능한 캠퍼스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린캠퍼스 실천 성과는 미래 세대 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지역 및 국가 단위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련 기관과 공동체 간 상시 소통과 성과 및 한계 공유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학이 만들어가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사회로 향하는 큰 발걸음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ISO 14001: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의 준말로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의 환경경영 위원회(TC 207)에서 개발한 ISO 14001은 조직의 환경경영시스템을 △개선△실행△유지△보증하고자 할 때 적용 가능한 규격.
이나경 기자 10leenagye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