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선불카드△신용 및 체크카드△지역사랑상품권(이하 지역화폐)을 통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 정책을 시행했다. 소비쿠폰 정책은 침체된 경제 회복을 목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 소득 수준에 따라 생활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긍정적 평가와 비판적 시각이 함께 나타나고 있으며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엇갈리고 있다. △소비쿠폰에 대한 긍정적 반응△소비쿠폰의 우려 지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소비쿠폰에 대한 긍정적 반응
소비쿠폰은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 원에서 55만 원을 지급해 경제 회복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매출 확대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소비쿠폰은 제도 설계부터 전략적 장점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있다. 사용 기한을 명확히 설정하고 사용처를 지역 소상공인 매장으로 한정한 점이 제도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이하 이 교수)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 “기한이 정해진 쿠폰은 즉각적인 소비를 유도해 자금이 저축으로 묶이는 것을 방지하고 소비자들이 일정 기간 안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사용처 제한 조치에 관해 “소비를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으로 유도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와 경제적 취약계층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법이다”고 설명했다.
계층 및 지역별 차등 지원을 둔 것도 눈에 띈다. 이번 정책은 저소득층이나 인구감소 지역엔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해 한정된 재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실제 소비 진작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설계됐다. 이 교수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에 집중적으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재정승수를 높일 수 있다”고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즉 재정 투입 대비 소비 확대 효과를 크게 높였다는 분석이 나오며 결과적으로 △누가△어디서△언제 쓰도록 할지를 정교하게 설계해 △민생 안정△소비 촉진△지역경제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소비쿠폰의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소비쿠폰 배포 한 달 후 전국 소상공인 평균 카드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6.44% 증가했다. 경상북도 경주시에선 소비쿠폰 이후 소상공인 매출이 6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소비쿠폰 지급 전후 매출을 비교한 결과 전체 매출은 약 68억 4500만 원에서 115억 200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소비쿠폰 지급으로 소비 심리도 함께 긍정적으로 개선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11.4로 전월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2018년 1월 111.6을 찍은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소비쿠폰의 우려 지점
한편 소비쿠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역시 만만찮다. 특히 소비쿠폰을 통한 정책은 일시적 경기 부양책의 성격이 강해 장기적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한 정책이 안정적인 소득 기반 확충이나 구조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임시 처방에 불과하단 지적도 존재한다.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는 지난 7월 5일 TV조선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강적들’에서 “자영업 경기 침체는 일시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이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일시적 소비 진작이 근본적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정 투입을 통한 인위적 소비 확대는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있다. 단기간에 수요가 몰리면 자영업자 매출이 오르지만 이는 물가 전반의 상승으로 이어져 실질적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COVID-19 pandemic) 당시 지급됐던 긴급재난지원금 이후 한우의 물가가 3%대에서 10%까지 급등했던 사례가 있다. 해당 지원금은 약 한 달간의 매출 증대 효과에서 그쳤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속적인 매출 증대로는 이어지진 못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쿠폰 시행을 두고 “한두 달 효과는 있겠지만 이후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프라임경제에 따르면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할인이나 소비 자극은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생산성 향상과 유통 구조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물가 안정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소비쿠폰 정책은 지원 대상과 방식에서 형평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우선 차등 지급 기준을 건강보험료 납부액에 둔 점에서 정확한 소득 판정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원에서 제외된 가구의 이의 신청이 잇따르는가 하면 지급 과정에서 발생한 사각지대가 국민 불만으로 이어졌다. 조선NS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엔 소비쿠폰 이의신청 창구에 3주 동안 6만 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지자체는 차등 금액별 카드를 디자인과 색상으로 구분하거나 아예 수령 금액을 카드에 표기해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광주광역시는 금액별로 카드의 색을 구분했으며 부산광역시는 카드에 수령금액을 표시해 생활 수준을 노출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비쿠폰 사용처 제한도 형평성 담보 실패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세금 납부지 기준과 가맹 구조를 반영해 △기업형 슈퍼마켓(Super Market)△대형마트(Mart)△백화점△직영 편의점 등은 사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소비자와 소상공인 사이에선 특정 업종의 제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특히 전북도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농어촌 주민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생활 거점인 하나로마트가 행정 기준 때문에 가맹점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나타나며 “실제 생활 환경과 동떨어진 제도 설계다”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준△신청△사용 과정에 이어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불법 행위를 벌여 적발되는 사건도 발생하여 투명성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Platform)을 통한 개인 간 현금화가 성행했으며 전라북도 군산시에선 정식 사용처가 아님에도 결제 단말기를 불법 대여받아 결제를 처리한 업소들이 적발됐다. 단순한 행정 미비를 넘어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소비 진작 효과를 이루며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개선 과제는 남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희원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새 정부 출범과 소비 진작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실제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지속적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하반기에 있을 내수 진작 행사와 더불어 중장기적으론 국제적 기준에 맞는 규제 개선 그리고 신산업 육성 지원 등을 통해 성장과 소비 여력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잘 팔리게 만드는 쿠폰’을 넘어 ‘지속 가능한 내수 엔진’을 설계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이건훈 변호사는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에서 “단기 소비 진작은 이후 재정 부담과 복지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인 만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근본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미래 세대의 부담까지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소비 활성화를 넘어 지역 내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지속 가능한 경제 활성화를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계의 안정적 소득 지원△자영업자의 고정비 경감△지역경제 자생력 강화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저소득 근로가구에 세액 환급과 정기적 현금 지급을 제공하는 미국의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는 가계의 안정적 소비 여력을 뒷받침해 지역 내 수요를 꾸준히 유지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안정적 소득 기반은 결국 지역 상권으로 소비가 흘러 들어가며 선순환을 촉진한다.
정교한 물가 관리도 병행돼야 한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불안에 대비해 공급 안정 대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 사용 현황을 분석한 뒤 2차 추경과 쿠폰 확대에 대비한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예컨대 원자재와 식자재에 대한 △공공 비축 물량의 탄력적 방출△신속한 물류 지원△한시적 관세 인하 등이 뒷받침되면 소비 진작 효과는 살리면서도 물가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형평성과 투명성 제고 역시 제도의 신뢰를 떠받치는 축이다. 지급 기준과 금액 산정 원칙을 명확히 설명하고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안내할 때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부정 유통 행위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감독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쿠폰이 본래 목적대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부정 유통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의신청 제도 간소화 및 편의화와 지자체별 신속 처리 체계 정착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처럼 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히 수습하며 보완해 나가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향후 진행될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단발적 부양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 추가 소득이 발생했을 때 그 소득 증가분 중 소비에 사용되는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침체(stagnation)와 물가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경제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현상이다.
백채린 기자 11chael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