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총괄지원팀은 조리원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이유로 2학기부터 교수회관 석식 운영과 인문과학관 식당의 김밥 메뉴 배식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당장 저녁 식사를 교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기숙사생 및 도서관 이용 학우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경제적 부담을 높이는 등 학생 복지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우리학교 식당 운영 축소의 현황△우리학교 식당 인력난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우리학교 식당 운영 축소의 현황
우리학교는 지난달 25일 ‘조리원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이유로 식당 운영 변경사항을 공지했다. 이에 대해 설캠 총괄지원팀 이명우 팀장(이하 이 팀장)은 “하계방학 중 교수회관 식당과 인문관 식당에서 각각 4명의 인원이 퇴사했다”며 “인문관 식당은 일부 충원이 이뤄졌으나 숙련된 경력직의 부족으로 일손이 부족해 ‘천원의 아침밥’ 수행마저도 어려운 상황이기에 김밥 판매를 중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통보로 인해 학교 시설 내에서 안정적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외대학보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우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Online)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76.9%가 ‘식당 운영 축소가 학업 및 학교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특히 기숙사생과 도서관에서 학업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가장 큰 불편을 호소했다. 우리학교 재학생 A 씨는 “기숙사에선 취사가 어려워 교내 식당이 든든한 한 끼를 먹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식당 운영이 축소돼 식사 해결이 번거로워졌다”고 전했다. 또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교내 식당에서 자주 끼니를 해결하는 우리학교 재학생 B 씨는 “저녁엔 외식하거나 자취방까지 가서 밥을 먹고 와야해 번거로워졌다”며 “학교가 학생들의 기본적인 복지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교수회관 식당 역시 석식 운영 중단으로 학생들의 식비 지출 부담이 커졌다. 교수회관 석식을 자주 이용하던 우리학교 재학생 C 씨는 “현 상황으로 인해 이전보다 식비를 일주일에 5만원 이상 더 지출하고 있다”며 “한 달이면 약 20만 원의 추가 지출이 요구되기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8.5%의 응답자가 식당 운영 축소 이후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교수회관 식당은 하계방학 전부터 퇴직자가 발생해 기존 조리원분들이 야근하며 어렵게 석식을 준비했다”며 충원된 인력이 수일 내에 그만두는 경우가 다수 발생해 부득이하게 석식을 중지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교수회관 석식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선 경력자를 포함해 최소 6명 이상의 인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렴하고 간편해 많은 학생이 찾던 인문과학관 식당의 김밥 메뉴 역시 판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짧은 공강 시간이나 쉬는 시간을 활용해 식사를 해결하던 학생들의 선택권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A 씨는 “수업 사이에 10분 정도 시간이 빌 때 김밥만큼 효율적인 메뉴가 없었다”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편의점 음식으로 때워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식당 인력난의 원인
우선 현재 식당 인력난의 원인으론 낮은 임금이 지적된다. 우리학교 식당 조리원들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수백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고된 주방 노동의 강도에 비례하지 않은 처사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D 씨는 “대학 식당은 조리량이 많고 배식 시간이 정해져 있어 일반 식당보다 훨씬 힘들다”며 “그런데도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이라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조리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임금인상 등은 학교예산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정규직을 충원하지 않는 고용 방식 또한 문제다. 이 팀장은 “정년퇴직과 인사 노무관리의 어려움으로 정규직 채용이 한동안 진행되지 않아 정규직 인원이 일부 감소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후생과 직원 채용을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식당 관계자 E 씨는 “임금이 낮아도 정년이 보장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며 “계속 일할 수 있을지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더 좋은 요건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식당 마감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스낵 코너의 경우 식권 출력 시간 설정으로 인해 식당 마감이 제시간에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감 시간인 오후 6시 40분에도 식권 출력이 가능하다 보니 해당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마감 시간이 지연되는 것이다. 식당 관계자 F 씨는 “6시 40분에 라면 주문이 들어오면 조리와 정리를 마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정 시간대에 업무가 집중돼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점심 배식의 경우 짧은 시간을 이용해 식사를 해결하려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식당으로 모인다. 익명을 요청한 학교 식당의 한 관계자는 “12시~13시에 식권 발권이 집중된다”고 전했으며 F씨 역시 “점심 배식 시간에 사람이 한꺼번에 몰릴 때 가장 힘들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처럼 학교 측이 식당 운영 축소의 원인으로 밝힌 인력난의 이면엔 낮은 처우와 높은 노동 강도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은 상황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먼저 인력 수급 문제의 경우 잔존 인력을 조리 업무에 투입하고 배식 및 세척 업무와 같은 비주요 작업을 보조할 근로장학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학교 글로벌 캠퍼스를 비롯해 △경희대학교△동국대학교△중앙대학교 등 다수의 대학에서는 이미 이와 같은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용하며 안정적인 식당 운영을 끌어내고 있다.이는 숙련된 조리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가장 혼잡한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투입돼 업무 강도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보조 인력의 개념이다.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하며 장학금 혜택을 받고 식당 운영팀은 가장 필요한 시간대에 즉각적으로 인력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조리 노동자들은 과도한 육체적 부담에서 벗어나 핵심 업무인 조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스낵 코너의 식권 발권 시스템처럼 구조적으로 마감을 늦어지게 만드는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 마감 시간을 고려해 식권 발권 마감 시간을 최소 10분 이상 앞당겨 모든 직원이 근무 시간 내에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운영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생활임금과 고용 안정 보장이 시급하다.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 급여와 임시직 위주의 고용 형태는 숙련된 조리 인력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학교 식당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조리원 중 일부는 더 나은 처우를 보장하는 초등학교 공무직 등으로 이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결국 식당 운영의 질적 하락과 인력난의 악순환으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해 F 씨는 “숙련된 조리원 한 명이 신입 2~3명의 몫을 한다”며 숙련된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팀장은 “과거부터 학교식당은 교내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적자로 운영됐고 그 적자를 교비로 어렵게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최근 식자재 가격 급등으로 확대된 적자 폭과 높아진 근로자들의 복지 요구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노동자△학교△학생 3자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여 소통을 제도화해야 한다. △노동자 대표△학교 측 관계자△학생 대표가 정기적으로 만나 △식당 메뉴△가격△노동 환경 등을 함께 논의하는 공식적인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잠재적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팀장은 “지금도 총학생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총학생회와 식당 만족도 조사도 협업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학생들과의 소통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학생과 후생과 직원 두 주체가 모두 상설 협의체 구성에 찬성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현재 추가적인 협의와 보완책을 준비 중이며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노동자에 대한 합당한 처우 개선과 안정적인 근무 환경 조성을 통해 후생과 직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곧 학생들의 안정적인 식사권을 보장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인력난 현상에 대한 임시방편적 대응을 넘어 모든 구성원이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구조적 해법이 필요한 때다.
윤고은 기자 10go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