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우리학교 생명공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 연구팀△원재연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이하 원 교수)연구팀△조동우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기계공학과 특임교수(조 특임교수) 연구팀이 3D 바이오프린팅(3D Bioprinting) 기술로 ‘망막-온-어-칩(Retina-On-A-Chip)’ 제작과 이를 기반으로 망막정맥폐쇄 질환을 체외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소재 및 나노공학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컴포짓 앤드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즈(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게재됐다.
‘망막정맥폐쇄’는 고혈압과 당뇨 등 질환으로 인해 발생되는 망막 혈관이 막혀 시력이 손상되는 주요 실명성 질환이다. 아파트 수도관이 막혀 물이 역류하듯 망막의 정맥이 좁아지면 혈액이 흐르지 못해 망막이 부어오르며 염증과 신생혈관이 생겨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기존 치료법은 증상을 완화할 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재발률도 높았다. 또한 기존 망막정맥폐쇄 연구는 주로 동물실험과 2D 세포 배양에 의존했다. 동물실험의 경우 동물과 사람의 생리적 차이가 너무 크단 한계가 있었다. 2D 세포 배양 또한 평면 배양만으론 복잡한 망막의 3차원 구조나 혈관 협착 현상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단 한계가 존재했다.
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위의 한계를 극복했다. 실제 망막 조직에서 세포만 제거하고 남은 세포외기질로 ‘하이브리드 바이오잉크(Hybrid Bioink)’를 제작해 망막 고유 생화학적 신호를 그대로 반영한 미세환경을 구현했다. 또한 다중 노즐(Nozzle)과 삼중 동축 프린팅(Printing) 기술을 결합해 △망막의 혈관△세포층△혈액망막장벽을 동시에 구현하고 일부 혈관을 인위적으로 좁혀 질환의 병리적 진행을 재현했다. 그 결과 혈관 협착에서 △망막 기능 저하△염증혈관 누출△허혈*에 이르는 질환의 전 과정을 실험실 칩(Chip) 위에서 그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실제 환자와 유사한 △내피세포 손상△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 분비△장벽 붕괴 등의 현상을 구현할 수 있었다.
기존 항염증제나 항혈관신생제를 투여했을 때도 실제 환자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스피린(Aspirin)은 손상 억제 효과를 보였고 덱사메타손(Dexamethasone)과 베바시주맙(Bevacizumab)은 투여 시 염증과 신생혈관이 줄어 실제 약물이 칩 위에서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신약 평가와 환자 맞춤형 치료 플랫폼(Platform)으로써의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김 교수는 “망막 특이적 세포외기질(ECM)을 활용해 복잡한 병리 환경을 칩 위에서 재현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당뇨망막병증이나 황반변성과 같은 다른 실명성 질환 모델로도 확장해 정밀 의료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조 특임교수는 “실험실에서 실제 환자와 유사한 망막정맥폐쇄 병변을 재현할 수 있게 돼 신약 개발의 전임상 단계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망막정맥폐쇄 환자의 병리 과정을 직접 추적하거나 약물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연구가 그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연구 도구를 제시했다”며 “앞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허혈: 신체의 조직이나 장기에 혈액 공급이 절대적 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
윤고은 기자 10go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