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을 읽고] 세상에서 가장 느린 주마등

등록일 2025년12월03일 14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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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데 그뤼텐(Frode Grytten)의 장편소설 ‘닐스 비크(Nils Vik)의 마지막 하루’는 한 남자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하루를 그린 이야기다. 주인공 닐스 비크는 자신이 죽을걸  알고 나서도 초연하게 자신의 일상 루틴(Routine)을 반복한다. “마지막 하루라고 다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여느 때처럼 매일 승객들을 실었던 페리(Ferry)를 운행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항해에서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와 손님들 등 자신이 추억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배에 태운다.

 

제목에 있는 구절 ‘마지막 하루’처럼 이 책은 닐스 비크가 인물 하나하나를 태우며 그 인물과의 관계를 그려내는 일화를 담고있다. 닐스 비크는 아내 마르타(Marta)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자신의 개 루나(Luna)를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였으며 학대 당하던 소년 욘(Jon)을 구해줬다. 이는 모두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보여준다. 닐스 비크가 만난 가족과 승객은 모두 과거의 인연을 넘어 그가 살아오며 택한 삶의 태도를 나타낸다. 내가 이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는 닐스 비크가 구해주고 키웠던 개 루나와의 대화이다. 사람대 사람으로서가 아닌 자신의 가장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에 가장 진솔하다고 느꼈다.

 

“시간은 이제 더 이상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 돌아보면 항상 문제가 되었던 것은 시간이었다”란 구절처럼 닐스 비크는 죽음을 시간에서 해방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죽음이 다가왔을 때 더욱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닐스 비크는 죽음을 비극적으로 과장하거나 죽음이 다가왔을 때 저항하지 않았다. 끝까지 일상을 지키며 페리를 운전하는 그의 모습이 바로 닐스 비크가 살아온 꾸준함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불명확하단 것이다. 마지막 하루라고 생각했던 여정은 이미 죽은 자들을 만나며 주인공이 이미 죽은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 모든 항해는 그가 끝까지 지키고 싶어 했던 가치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닐스 비크에게 죽음이란 살아왔던 삶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며 회고록이다.

 

삶은 결국엔 궁극적으로 한정된 시간에 있단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일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이 책은 의미를 갖는다. 닐스 비크는 지나온 시간을 미워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마지막 하루에도 일상을 끝까지 지킨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 또한 닐스 비크처럼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만큼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조급함이나 두려움 없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만끽할 수 있길 바란다. 

 

 

송주원 기자 11juw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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