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우’를 보고] 파편화된 내 삶이 견인될지라도

등록일 2026년09월16일 15시3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영화 ‘토우(Tow)’는 가진 것이라곤 1991년식 낡은 토요타 차 한 대뿐인 시애틀의 노숙인 여성 어맨다 오글(Amanda Ogle)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녀에겐 이혼한 전남편과 사는 딸을 크리스마스에 만나러 간다는 간절한 목표가 있다.

 

어느 날 그녀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자동차를 도난당한다. 어렵게 행방을 찾았지만 차는 한 견인업체에 보관돼 있었고 되찾으려면 견인료를 내야 한다는 통보만 돌아온다. 영화의 제목 ‘Tow’는 이 ‘견인’을 뜻하며 이 단어는 자동차를 끌고 간다는 의미를 넘어 한 사람의 삶마저 무자비하게 끌고 가 버리는 현실의 은유로 확장된다.

 

어맨다는 법정에서 차량 반환 판결을 받아내지만 견인업체를 찾아갔을 땐 차는 이미 팔린 뒤였다. 부당한 처분에 맞서는 사이 벌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2만 1,634달러에 이른다. 차를 잃은 그녀는 △딸과의 만남△숙소△직장도 모두 잃는다. 몸부림칠수록 삶은 더 잘게 부서지고 사회는 그녀에게 책임만을 전가한다.

 

하지만 영화는 절망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실의에 빠진 어맨다를 만난 케빈 에거스(Kevin Eggers) 변호사는 정의를 향한 신념과 열정으로 그녀의 편에 선다. 두 사람은 거대한 권력에 맞서 긴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그 과정에서 어맨다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한다. 최종 법정에서 직접 써온 호소문을 읽는 그녀의 모습이 이를 보여준다. 작중 내내 감정에 치우쳐 갈등을 빚던 주인공이 주변인들의 응원을 딛고 논리와 진정성으로 정의의 목소리를 낸 순간이다. 정의는 거창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임을 보여준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라 해서 결코 완전무결한 존재는 아니다. 어맨다는 때로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현실 앞에서 무너지기도 하며 법의 경계에 서기도 한다. 보호소 동료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들의 결함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믿고 손 내미는 사람들이 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살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삶의 방향을 잃곤 한다. 계획은 무너지고 소중한 것은 한순간에 곁을 떠나기도 한다. 어맨다처럼 우리의 삶 역시 누군가 혹은 현실이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견인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길 바란다. 삶이 부서지고 파편화될지라도 존엄과 권리까지 잃을 순 없다. 비록 삶이 견인돼 어딘가로 끌려갈지라도 우린 다시 그것을 되찾을 수 있다. 삶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 그 희망으로 끌고 가는 또 하나의 견인이 우리 안에 있다.

 

 

백채린 기자 11chaelin@hufs.ac.kr

백채린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