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A 씨의 증조부가 과거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에서 활동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친일 행위자 후손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재산귀속법)’ 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지난 6월 2일 공포되어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제도 역시 16년 만에 다시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이 됐다.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친일재산조사위)의 재출범과 함께 오는 12월 3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친일재산귀속법의 △재제정 배경과 주요 변화△시행 과정에서의 법적 쟁점△제도적 보완책에 대해 전학선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지난 2010년 활동이 종료됐던 친일재산조사위가 16년 만에 부활했습니다. 이번 특별법이 다시 제정된 배경과 최근 재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 2006년 7월 13일 친일재산조사위가 설치돼 친일 재산의 국가 귀속을 담당해 왔으나 지난 2010년 위원회 활동이 종료됐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친일 재산 조사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부재해 친일 재산의 국가 귀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기존 「친일재산귀속법」을 폐지하고 새 법을 제정해 친일재산조사위를 재구성하고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Q2. 새로 제정된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 재산을 어떤 목적과 원칙에 따라 국가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나요?
친일 재산의 발굴 및 환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이를 통해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헌법이 추구하는 정의를 구현하며 순국선열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자 합니다.
Q2-1. 친일 재산의 국가 귀속은 어떤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주요하게 판단되는 법률 요건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친일재산조사위는 친일 재산임을 확인해 이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결정을 내리고 그 재산을 △관리△소유△처분한 조사 대상자에게 해당 결정 내용을 통지해야 합니다. 이때 친일 재산에 대해서는 재정경제부장관(이하 재경부 장관)에게 통지해야하며 재경부 장관은 관리청을 지정합니다. 지정받은 관리청은 해당 부동산을 국가 소유로 하는 등기*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친일 재산인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Q3. 환수된 친일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 후 어떻게 관리 및 활용되나요?
국가에 귀속되면 △기금 조성 경비 및 기금 운용상 필요한 부수 경비△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독립운동가 및 독립운동 사료 발굴 사업△독립 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한 예우 및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민족정기 선양을 위한 교육과 연구 및 이에 부수된 사업△심의회에서 독립 유공자의 공훈 선양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됩니다.
Q4. 과거 친일 재산 국가 귀속 제도와 비교할 때 이번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실질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러한 변화가 필요했던 이유와 법적 의미도 궁금합니다. 우선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던 권한을 모아 전담 기구의 법적 지위를 신설했습니다. 법률 조문에 현장 조사권과 자료 제출 의무를 명시해 조사력을 강화한 것입니다. 또한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산정 기준을 명확히 했으며 친일 재산을 국가에 귀속할 수 없는 때에는 국가가 그 재산의 처분 대가를 환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적 절차 역시 단순화했습니다. 귀속 판정이 나면 별도의 행정처분 없이 국가 소유가 되도록 했고 매각 대금은 독립 유공자 복지 특별회계로 바로 입금되도록 자금 흐름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습니다.
Q5. 친일 재산의 국가 귀속이 개인의 재산권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요?
정의 구현과 과거청산입니다. 개인의 재산을 국가에 귀속하기 때문에 재산권과 충돌된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헌법상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헌법상의 정의’란 헌법 전문에 명시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실현하는 것을 뜻합니다. 헌법상 재산권은 정당하게 형성된 재산일 때만 보호받습니다.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모은 친일 재산은 그 자체가 반헌법적이며 불법적 결과물이므로 처음부터 헌법이 보호하는 재산권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Q6. 이번 친일재산귀속법은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재산 관계에 현재의 법적 효과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소급효**의 문제도 제기됩니다. 친일 재산 환수에서 소급 적용이 허용될 수 있는 헌법적 근거와 한계는 무엇인가요?
헌법재판소 측에서 이미 소급효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역사적 청산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소급 적용이 정당화되는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헌법 전문에 명시된 ‘임시정부 법통 계승’이라는 국민적 공익을 우선하며 둘째로 민족을 배반하고 모은 재산을 계속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헌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당한 신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Q7. 이번 친일재산귀속법에서도 친일 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을 친일 행위의 대가로 추정하는 규정이 유지됩니다. 이러한 추정 규정을 적용할 때 재산 소유자의 입증 부담과 국가 사이의 입증 책임은 어떻게 구분되며 그 과정에서 어떤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나요?
기본적으로 입증 책임은 국가가 집니다. 따라서 대상자가 친일 행위자이고 일제강점기에 해당 재산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국가가 먼저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이 전제가 입증되면 해당 재산은 관련법에 따라 친일의 대가로 얻은 재산으로 법적 추징에 들어갑니다. 이때부터는 입증 부담이 전환돼 재산 소유자가 친일과 무관하게 정당하게 번 돈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생기는 가장 큰 법적 쟁점은 입증의 현실적 한계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자금 출처나 매매 기록이 소실된 경우가 많다 보니 소유자가 정당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소송이 자주 발생합니다. 따라서 법은 재산 소유자에게 △이의신청△행정소송△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불복 절차를 마련하고 엄격하게 보장합니다. 이를 통해 환수의 실효성과 절차적 정당성의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Q8. 이번 이번 친일재산귀속법은 선의로 친일 재산을 취득한 제삼자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선의’의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 경우 제삼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해당 규정은 친일 재산의 은닉을 목적으로 제삼자에게 매매 또는 양도한 것을 막기 위해 선의의 제삼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선의의 제삼자가 친일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재산 처분의 대가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진짜 선의인지 가려내기 위해서는 과실 여부와 실질적 유상 거래 및 금융 증빙 기준을 확인해 위장 거래를 차단해야 합니다. 이때 과실 여부란 제삼자가 재산의 매매 또는 양도 과정에서 등기부나 공적 기록을 통해 친일 재산임을 알 수 있었는지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질적 유상 거래 및 금융 증빙 기준은 정상적인 시세를 치렀는지 확인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Q9. 친일 재산 환수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입증의 어려움과 실제 환수 가능성을 보완해야 합니다. 일제강점기 기록이 많이 사라져 국가가 친일 재산임을 증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위장 매매나 명의신탁으로 숨겨진 재산은 승소하더라도 실제 환수로 이어지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사 역량을 강화하고 금융 및 부동산 추적망과 연계해 판결과 더불어 실제 환수까지 확실히 이어지는 실무 집행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등기(登記): 부동산 등의 권리관계를 공적으로 명확히 하기 위해 등기부에 일정한 사항을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소급효(遡及效): 법률이나 법률요건의 효력이 과거의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서영 기자 12seoyo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