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산월기’를 읽고] 나는 얼마나 오만했던가

등록일 2026년09월02일 19시5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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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비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대학 재학생’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어떤 입시 전형을 통하든 우리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선 상위 10% 이내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이다. 과시한 적은 없었으나 이때까지 나는 나의 학력에 은근한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런 가슴 깊은 곳에 감춰둔 나의 오만함을 나카지마 아쓰시가 단편소설 <산월기>를 통해 서정적이고 서늘하게 조명했다.

 

주인공 이징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겸손함과는 거리가 먼 당나라의 서생이다. 그는 속물적인 관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으로서 불멸의 이름을 남기겠다는 대의를 품은 채 관직을 내려놓는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는 시인으로서의 명성도 생계를 위한 안정도 얻지 못한 채 초조해하다 결국 산속으로 사라진다. 훗날 감찰어사가 돼 영남으로 길을 떠나던 이징의 옛 친구 원참은 산속에서 사람의 말을 하는 기이한 호랑이와 마주치는데 그 맹수가 바로 짐승으로 변해버린 이징이었다. 이징은 풀숲 뒤에 숨어 눈물을 흘리며 그간의 소식과 함께 자신이 호랑이로 전락해버린 연고를 고했다. 그가 고백하길 자신을 망가뜨린 것은 소심한 자존심과 거만한 수치심이었다. 그는 시인으로서의 재능이 부족할까 봐 스승을 찾아가 기초부터 배우기를 거부했고 남들과 섞여 시를 다듬기에는 스스로를 너무 높게 평가했기에 평범한 대중 속에 묻히는 것을 멀리했다. 결국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은 그는 오만함과 두려움이라는 내면의 맹수를 제어하지 못하고 방치해 그의 외양마저 속마음과 어울리는 추악한 짐승으로 변해버렸다.

 

이징의 비극이 나에게 유독 뼈아프게 다가왔던 이유는 그의 모습이 나의 옹졸한 자부심과 닮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가슴속에 자존심과 수치심이라는 맹수를 사육하며 살아간다. 남들보다 우월해 보이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도전을 피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를 쌓는다. 나 역시 그랬다. 돌이켜보면 나는 스스로 이뤄낸 아주 작은 학업적 성취에 심취해 있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 나는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 하지 않았다. 낮은 곳을 내려다보며 안주했고 높은 곳은 바라보려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정체되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다. 고학년에 진입하고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가며 나는 나의 자부심이 얼마나 보잘것없었는지를 깨달았다. 공부를 게을리하고 약점을 보완하지 않았던 것의 대가를 그제야 실감했다. 나도 이징처럼 타인과 교류하지 않고 자의식의 감옥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린 스스로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자만을 덜어내며 겸허하게 정진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도 가슴속 깊이 눌러뒀던 오만함과 두려움의 자화상을 조용히 꺼내어 마주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칼럼을 마친다.

 

 

강승우 기자 13seungwo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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