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 목욕탕’을 보고] 불완전한 삶을 품어주는 가족의 의미

등록일 2026년09월02일 19시5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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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 목욕탕’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복잡한 가정사를 지닌 인물들이 모여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비록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는 아닐지라도 그 중심에 있는 용감한 엄마 후타바(幸野双葉)의 존재로 이들은 비로소 하나의 단단한 식구가 된다. 영화는 주인공 후타바가 말기 암에 걸려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후타바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딸 아즈미(幸野安澄)가 혼자 남겨질 상황에 대비해 1년 전 집을 나간 남편 카즈히로(幸野一浩)를 찾는다. 카즈히로는 가출 후 내연녀가 남기고 도망친 9살 딸 아유코(幸野鮎子)를 혼자 키우고 있었다. 후타바는 남편과 아유코를 모두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새로운 가족이 모여 다시 목욕탕을 운영해보지만 이들은 여전히 삐걱거린다. 아즈미는 학교 폭력을 당해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아유코는 낯선 가족들 사이에서 친엄마를 기다린다. 후타바는 아즈미에게 “도망치면 안돼 맞서야 해, 네 힘으로 이겨내야 해”라며 일어설 힘을 주고 아유코 역시 진심 어린 따뜻함으로 보듬어 자신의 새로운 딸로 맞아준다. 타인의 아이마저 가슴으로 품어내는 후타바의 모습은 강인한 엄마의 모습과 포용력을 보여준다.

 

이후 후타바는 두 딸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기구한 가정사로 인해 목표 없이 타인의 차를 빌려 타던 히치하이커 청년 타쿠미(向拓海) 를 만난다. 후타바는 그에게 삶의 목표를 제시해주고 최북단을 거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후에 여행을 마친 타쿠미는 목욕탕 일을 도우며 식구의 일원이 된다. 한편 아즈미는 여행지였던 후지산 자락의 요리 전문점에서 서빙을 하던 청각장애인 여성을 만나게 된다. 후타바는 아즈미에게 그녀가 남편의 전 부인이자 아즈미가 한살 때 떠난 생모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즈미가 생모를 만나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에선 어머니로서의 후타바의 희생과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수화를 할 줄 아느냐는 생모의 물음에 아즈미는 “엄마가 언젠가 반드시 필요한 날이 올 테니 배워두라고 했어요”라고 수화로 말한다. 이는 훗날 딸이 생모와 소통할 수 있도록 미리 수화를 가르친 후타바의 사랑과 깊은 배려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끝으로 후타바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왔음이 밝혀진다. 후타바의 두 딸 모두 생모에게 버려진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가슴 아팠지만 후타바가 포용으로 그 상처를 모두 품었다는 점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영화는 진정한 행복이란 완벽한 조건이 아니라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따뜻한 마음 속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영화에서 샤브샤브는 생일마다 먹는 음식으로 자주 등장한다. 여러 재료가 섞여 조화로운 맛을 내는 샤브샤브처럼 결국 가족이란 완벽한 혈연이 아닐지라도 한 냄비의 샤브샤브를 함께 나누며 서로의 아픔을 녹여내는 따뜻한 밥상 위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이정윤 기자 13jungyo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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