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록일 2026년09월16일 15시3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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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개편하고, 확장하고, 발전해 왔다.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졸업생들은 새로 지어지거나 리모델링된 건물을 마주한다. 졸업 학점은 축소됐고 학사 제도는 달라졌다. 이제 총장 선거에는 교수, 직원, 학생이라는 대학의 세 주체가 모두 참여한다. 긴 변화의 흐름 위에서 오늘의 대학이 어제의 대학과 같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변화의 이면에는 위기가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속설은 더 이상 지방에만 국한된 씁쓸한 농담이 아니다. 학령인구는 빠르게 감소하여, 수능 응시생이 100만 명에 육박하던 30년 전과 달리 50만 명 안팎의 학생이 대학 진학을 두고 경쟁한다. 그럼에도 대학에 대한 선호가 소수 대학에 극단적으로 쏠려있어서,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 존재하는 대학의 절반 이상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대학 간 통합을 추진하고, 학과를 신설하며, 정부 역시 각종 정책을 쏟아낸다. 학생을 유치하고 재정을 확보하며 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과제가 됐다.

 

우리대학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문과 중심의 외국어대학이라는 오래된 상징과 인식 속에서도 외대는 언어와 지역학이라는 고유한 강점을 발판 삼아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춰 교육의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캠퍼스를 준비하며, 더 넓은 배움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움직임이 향하는 곳은 하나다. 더 많은 사람에게 ‘매력적인’ 대학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수많은 수험생이 자신의 미래를 맡길 대학을 고민하는 지금, 대학의 변화와 발전은 곧 누군가에게 이곳에 지원할 이유가 된다. 경쟁력이 곧 생존의 조건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출수록 더 많은 학생이 그 문을 두드리고, 대학은 그 안에서 함께 성장할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그렇게 선발된 학생이 좋은 교육과 기회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때 자신의 이름을 넘어 대학의 이름을 빛내고, 그것은 다시 대학의 경쟁력이 된다. 대학의 경쟁력과 학생의 성장은 이렇게 맞물려 순환한다.

 

선택에 걸맞은 대학이 되는 것은 또 다른 과제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결국 그 학생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얻어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로 완성된다. 좋은 시설과 높은 평가 순위는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대학의 가치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대학의 경쟁력은 학생이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있는지,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기회를 얻고 있는지를 통해 다시 한번 증명돼야 한다. 학교의 발전과 학생의 발전은 비례해야 한다. 대학이 성장할수록 그 안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선택지는 넓어져야 하며, 배움의 기회 역시 그만큼 깊어져야 한다.

 

학생 역시 대학을 선택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대학의 변화가 결국 학생과 맞물려 있다면, 학생은 그 변화의 수혜자를 넘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서로의 목소리가 맞물려 미래를 준비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학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학생들을 가능성으로 길러내 이름을 빛낼, 끊임없이 선택받을 수 있는 ‘당위’를 증명해 내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 가능성을 발굴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는가.

 

 

·백채린(외대학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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