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트북’을 보고]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

등록일 2025년09월03일 16시5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1940년대 여름 시골 마을에 내려온 부잣집 아가씨 앨리(Allie)와 자유분방한 청년 노아(Noah)는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신분과 가정환경의 차이는 두 사람을 갈라놓았고 결국 첫사랑은 가슴 아픈 이별로 끝난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길을 걷던 그들은 우연히 다시 재회하여 여전히 뜨겁게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앨리에겐 이미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있어 갈등은 깊어지고 그녀는 결국 평생의 사랑과 안정된 미래 사이에서 인생의 가장 큰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노아가 앨리와 헤어진 뒤 쓴 편지가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최고의 사랑은 영혼을 일깨우고 더 많은 걸 향해 손을 뻗게 해. 언젠가 머나먼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다 마주치면 기쁘게 웃어줄게.摽慪 아직 인생을 논하기엔 어린 나이지만 이 영화를 보면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글로 표현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아마도 그것은 ‘사랑의 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결말을 해피엔딩이라 단정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영화에선 앨리와 노아가 다시 함께한 뒤의 구체적인 삶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노년의 앨리가 병든 몸으로도 여전히 노아를 깊이 사랑하는 모습은 그녀가 후회없는 선택을 했다고 짐작하게 한다.

 

문득 요즘 시대의 사랑을 돌아보면 온전하지 못한 사랑의 형태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와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사랑은 종종 왜곡되고 때론 우릴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존재하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정호승 시인의 시 봄길엔 이런 구절이 있다. “길이 끝난 곳에서도 스스로 봄길이 돼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노아와 앨리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을까. 사랑이 아무리 완벽해 보여도 그 안엔 피할 수 없는 후회와 저마다의 사연이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후회조차 사랑의 일부일 수 있다.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일 땐 후회는 더 이상 아픔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의 의미로 남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각자 바라는 사랑을 해보길 바란다. 가슴 떨리는 사랑을 때론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하길 바란다. 그리고 사랑을 시작한다면 그 사랑의 형태가 안전하길. 앨리와 노아처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과 사랑하길 바란다.

 

 

이나경 기자 10leenagyeong@hufs.ac.kr

이나경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